신뢰받는 저널리즘 가능할까

한국언론학회·한겨레신문 공동 주최 세미나서 토론

김달아 기자 | 2020.10.08 21:40:07

한국언론학회와 한겨레신문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차기 한국언론학회장·오른쪽에서 4번째)의 사회로 홍성철 경기대 교수(오른쪽부터), 최지향 이화여대 교수,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남재일 경북대 교수, 권태호 한겨레신문 부국장, 김양순 KBS 저널리즘토크쇼J 팀장,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토론했다. (김달아 기자)
한국언론은 불신의 시대를 겪고 있다. '한국 저널리즘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라는 말이 더는 새롭지 않고 기자를 비하하는 '기레기' 표현도 일상화한 지 오래다. 언론계가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내 입맛에 맞는 뉴스 수요'가 커지는 현상은 저널리즘 신뢰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신뢰 위기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받는 한국언론은 신뢰 회복을 발판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국언론학회와 한겨레신문사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세미나에서 신뢰의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과 뉴스 이용자의 정파성 양극화를 저널리즘 신뢰 하락의 원인으로 주목했다. 남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정파성은 정당에 대한 태도다. 언론의 정파성은 선정적이고 상업화되면서 저널리즘 품질을 크게 떨어뜨렸다"며 "언론은 정파성이 아니라 사회 정책에 대한 일관된 관점과 태도를 뜻하는 정치성을 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저널리즘 원칙 중 하나인 객관주의와 중립성의 한계도 지적했다. 남 교수는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은 현실 외면과 책임 회피를 초래하고, 중립성은 이념이 아니라 지배적인 상황에 순응하는 것"이라며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매우 다양한 주장이 공론장에 나오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과거 대중매체가 일방향으로 소통하던 시대에 만든 원칙을 지금의 저널리즘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언론이 해온 기업활동과 정론 추구 등 저널리즘의 상업주의 모델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선정적 정파성에서 벗어나 시민이 관여할 수 있는 정치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업 언론인으로서 발제를 맡은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의 사회적 인식 3단계론을 인용하면서 "한국은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단계를 지나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언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확신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기레기 담론'의 근원과 보도 양상을 분석해 언론이 신뢰를 잃어가는 과정을 되짚었다. 2010년부터 2020년 9월30일까지 기레기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를 수집해 보도량이 정점이 찍은 시기를 살폈다. 첫 번째 정점은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이른바 '한경오 사태'였다. 두 번째는 이듬해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 등 인플루언서들의 '기레기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쏟아지던 때였고 가장 최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보도들이었다.

이 대표는 "지금 한국언론이 겪고 있는 위기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위기다. 뉴스 없는 미디어의 시대, 독자 없는 언론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언론은 선민의식을 극복하고 가르치려 드는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독자들과 싸워선 안 되며 반성과 사과, 진실 앞에 겸허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권태호 한겨레신문 부국장은 기자사회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언급하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권 부국장은 "기자들의 정보접근권은 약해졌고 엄청난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여성기자들은 성희롱 같은 폭력에도 시달리고 있다"며 "한국신문의 정파보도가 비판받지만 저희로선 독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검열이 검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오히려 엄정한 보도 행태를 지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양순 KBS 저널리즘토크쇼J 팀장(기자)은 수익구조와 저널리즘 문제를 연결하지 않고는 신뢰 회복에 다가갈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팀장은 "방송으로, 신문으로 수익을 내지 못 하니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써 클릭 수로 돈을 벌고 있다. 오보인데도 휴일 스케치 기사인데도 단독을 달면 클릭 장사가 잘되는 현실"이라며 "실질적인 측면에서 신뢰 회복을 생각한다면 언론이 할 수 있는 것과 절대 해선 안 되는 것, 포털이 해야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살펴봤으면 좋겠다. 대표적으로 기사수정 이력제 도입은 투명성을 강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뉴스를 공짜로 보는 환경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좋은 언론이 되려면 언론사가 주머니를 열고 좋은 기자를 많이 고용해 좋은 기사를 쓰게 하면 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 독자들은 '기자니까 임금은 적지만 자부심 갖고 열심히 일하라'고 할 게 아니라 언론에 구독료 내고 후원하면서 신뢰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의 역할이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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