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지분 매각설, 불안한 YTN 구성원

한경·한겨레·한국 등 언론사 인수 소문... 공적소유구조 훼손 우려
무성한 소문에 YTN 주가 2배 급등… 사측 "주식시장 혼탁하게 만들어"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일 공기업 보유 YTN 지분 인수팀을 구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YTN의 공기업 지분 매각설이 다시금 떠올랐다. 지난 7월 언론 보도 이후 한국경제, 한겨레, 한국일보 등 언론사들의 인수 소문이 보태지는 등 외부에서 끊임없이 매각설이 나오며 YTN 내부는 불안감과 함께 김대중 정부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공적소유 구조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대건 YTN 기자협회장은 “매각설은 당연히 YTN 기자들이 반기지 않는 소식”이라며 “이전에는 소문이었지만 한국경제 건은 구체적 움직임이라 다른 상황이라고 본다. 지배구조 변화 자체도 감내하기 힘들지만, 매체 특성을 넘어서서 동종업계인 언론사가 YTN을 인수한다는 건 구성원에겐 생존의 위협과 자존심에 상처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1993년 연합뉴스 자회사로 출범한 YTN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증자를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한전KDN, 담배인삼공사,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지분이 60%대까지 이르렀다. 이후 감자,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YTN의 공기업 지분은 한전KDN 21.43%, 한국마사회 9.52% 등 30.95%다.


매각설에 YTN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월 1700원대였던 YTN 주가는 매각설이 불거진 뒤 4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분 매각이 이뤄진다면 공기업 지분 30% 액면가는 500~6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 YTN 보유 부동산 등을 고려한 시장가는 2000억원까지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박진수 YTN 기획조정실 비상대응팀장은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공영적 언론사 지분 매각설을 얘기하며 주식 시장 자체를 굉장히 혼탁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며 “정부가 YTN 지분을 매각하려면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나이브한 말이 아닌 방송 전반에 대한 언론 정책, 설계를 함께 제시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영적 지분 소유구조는 YTN 보도의 객관성, 공정성을 유지하는 토대라고 구성원들은 말한다. A 기자는 “사주 없는 준공영 언론사라는 독특한 지분 구조에서 YTN 기자들은 최대한 중립성, 공정성을 지켜오고 있다. 이 지분 구조를 20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데 사주 있는 회사가 된다면 절대로 지금처럼 보도하지 못한다”며 “정말 정부가 매각하려 한다면 YTN 구성원 모두 나서서 결사 항쟁할 것”이라고 했다.


YTN 사측과 노조 또한 현재의 소유구조가 변함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YTN은 지난 7월 “현재의 공적 소유구조 아래에서 공적 책무에 더욱 정진하는 언론사로 유지돼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 6일 한국경제의 YTN 지분 인수팀 구성에 대해 “국내 대기업이 지분 절반 이상을 소유한 경제신문이 YTN 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저 ‘부동산 쇼핑’ 차원이라고 판단한다”며 “마치 부동산 투기하듯 매입 의지 운운하는 것은 YTN 구성원 전체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획재정부가 YTN의 지분 매각추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공기업을 상대로 의견을 청취한 점, 매각설이 나오는데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매각 의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분 매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B 기자는 “KBS, MBC 등 공영방송사 전체를 놓고 봐야 하는데 YTN만 판다는 건 정책적으로 맞지 않다”며 “어느 정권이든 이런 작업은 정권 초반에 이뤄지는 것이지, 내년이면 대통령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았는데 누가 처리하고, 책임지겠나. 만약 한겨레 등의 언론사가 YTN을 인수한다고 하면 이는 당장 정치적인 문제로 번질 거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이 이슈를 끌고 나갈 힘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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