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언론, 지속불가능성

[언론 다시보기]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2020.10.14 15:56:39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네이버(모바일)로 기업명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업정보’란 맨 밑에 ‘비재무정보’라는 게 있다. 지속가능발전소가 제공하는 정보다. 각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 부문 성과(performance)를 알려준다. 가령, 임원이 직원 연봉의 몇 배를 받는지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50.4배다. 업계 평균은 9.4배, 미국 학계에서 정한 합리적 기준치는 12배 이하다. 알고 보니 전 세계 투자시장에서 운용하는 자산의 30%, 약 3경5000조원이 ESG를 기준으로 투자된단다. 숫자보다 더 와 닿는 사례도 있다. 엑손모빌은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투자자 요구를 무시했다가 다우 지수에서 92년 만에 퇴출당했다. 세계 2위 광산기업 호주 리오틴토는 철광석을 채굴하려고 4만6000년 된 고고학 유적지를 폭파했다가 투자자 반발로 기업 최고경영자 등 임원 3명을 해고해야 했다. 모두 ESG 때문이다.


ESG는 ‘착한 기업’이나 ‘윤리 경영’과는 결이 다르다. 미래에 지속가능한가의 문제다. 성별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15% 이상 높은 성과를 낸다는 실증자료가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이사회에 여성이 2명 미만이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게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바디프랜드는 오너 갑질, 임직원 인권침해, 안마의자 효과에 대한 부당 광고 등 ESG 문제로 코스피 상장에 번번이 실패했다.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방탄소년단이 출연하는 광고로 이미지 쇄신을 꾀해도, ESG가 좋지 않으면 상장이 불가능한 시대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를 통해 지속가능성이 모두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는 걸 뼈저리게 배우는 중이다.


언론사 평가에 ESG지표를 도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발행부수, 시청률, 클릭수, 광고수익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으로 언론사를 평가하는 거다. 발행부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유료부수보다 훨씬 많은 종이신문을 찍어내는 신문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신문지국이 팔 수 있는 부수의 2배에 달하는 종이신문을 떠안기는 본사와 대리점 간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상생에 미치는 영향. ‘프리랜서’라는 허울 좋은 명칭 하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땀과 창의성을 싼 값에 가져다 쓰는 방송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이런 걸 지표화해 보여주는 거다. 언론사 지배구조도 살펴야한다. 언론사 대주주/오너와 기자들 간 소통창구의 활성화 여부. 간부 보직 담당 남성 대 여성 비율 등.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올 봄 각 나라별 20대 주요 뉴스 매체 최고 보도책임자 중 여성 비율을 조사했다. 한국은 11%다. 조사대상 10개국 평균은 23%, 미국은 41%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상품’의 특수성을 반영해, 확대된 ESG 지표를 도입하면 어떨까? 취재 및 보도 관련 윤리규정 준수 정도를 점수로 표시하는 거다. 보도에 인용되는 전문가, 외부 칼럼 필진,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의 성별, 연령, 계층, 교육수준 다양성을 지표화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빈곤층,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도도 수치화하자. 관점 다양성뿐만 아니라 이슈 다양성도 따져야겠다. 정치인 발언, 기업 보도자료, SNS상의 자극적인 글 등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전하는 기사 vs. 기후위기, 상생의 가치, 인류공존 문제 등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사의 비율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평가결과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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