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타운홀 미팅, 분열된 미국의 단면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주민 간담회 형식의 공개토론)이 ‘동시에 따로’ 열리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애미에서 NBC 방송과, 바이든 후보는 필라델피아에서 ABC 방송과 대담을 가졌다. 두 후보의 타운홀 행사는 이날 같은 시간 각 방송사를 통해 따로 생중계됐다.


사정은 이렇다. 이날은 원래 대선후보 2차 TV토론이 예정된 날이었다. 2차 토론은 시민들이 대선 후보에게 직접 질의를 하는 타운홀 방식으로 열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대선토론위원회가 감염 위험을 이유로 화상 토론을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 토론 자체가 무산됐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취소된 토론회 대신 ABC와의 타운홀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도 바이든 후보와 같은 시각 NBC와 타운홀 미팅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TV 토론의 기회를 날린 데 이어 타운홀 행사마저 유권자들이 두 후보의 양쪽 대담을 모두 볼 수 없게 만든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1960년 미국에서 첫 대선후보TV 토론이 시작된 이래 TV 토론은 선거에서 중요한 행사의 하나다. 이미 지지 후보가 있는 유권자에겐 TV 토론 자체가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부동층에 있어 TV 토론의 영향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2000년 이후 줄곧 세 번씩 주어졌던 TV 토론의 기회를 한 번 잃은 것만으로도 선거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토론회를 대체해 열리는 타운홀 행사마저 유권자들이 한 쪽만 골라 보게 만든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뒤늦게 동시간대 방송을 편성한 NBC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언론의 잇따른 비판은 물론 소셜미디어에서도 NBC를 보이콧하자는 내용의 해시태그 (‘#BoycottNBC’)가 쇄도했다. 공공의 이익과 민주주의에 기여해야 할 언론이 시청률에 연연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분할된 화면 속 두 후보의 모습이 “분열된 미국에 대한 은유(metaphor for a divided country)”라고 한탄했다. 대선 후보의 동시 방송은 전국민이 아닌 각자의 지지층을 향한 호소로 그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 연구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인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이라는 개념이 있다. 개인의 선호가 정보 선택의 준거가 된다는 개념인데 특히 개인이 이념적 성향에 부합하는 뉴스만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인다. 이런 점에서 이번 동시 대담은 선택적 노출에 대한 하나의 사회적 실험으로 각 방송의 시청자 정보를 분석한다면 뉴욕타임스의 지적처럼 바이든 지지자는 ABC를, 트럼프 지지자는 NBC를 시청했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선택적 노출이 개인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역기능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소비함으로써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지고, 민주시민의 덕목 중 하나인 관용(tolerance)도 줄어든다. 자연히 공공의 이익에 대한 합의가 요원해지고, ‘정치적 분극화(polarization)’도 초래한다. 정치적 분극화는 이념적 양극화는 물론, 상대적으로 정파적 성향이 약한 이들의 정치적 피로감과 무관심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시청률을 겨냥한 NBC의 무리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인 MSNBC, CNBC 등 3개 채널에서 방송된 트럼프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은 바이든 후보(ABC)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양측 시청자수를 합쳐도 첫번째 토론회 때의 3분의1밖에 되지 않았다. 마지막 토론이 남아있긴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부동층에게 호소할 소중한 기회 한 번을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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