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사진> JTBC 기상전문기자는 대학생부터 박사까지 15년 동안 기상학을 공부해온 날씨 베테랑이지만, 갓 방송 진행을 맡은 2년차 기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방송이 끝날쯤 단신 정도로 날씨를 전달하던 ‘뉴스룸’에서는 지난 4월부터 김 기자가 진행하는 ‘날씨박사’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입사 후 2주 만에 방송을 했는데 처음 출연한 영상은 아직도 못 보고 있어요.(웃음)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사람이 갑자기 방송을 하게 된 거죠. 기자 교육을 받기 위해 기동팀에서 두 달간 있었는데 현장을 나가며 기자 일이 이런 거구나, 생동감을 느꼈어요.”
기상청 예보를 전달해야 하는 ‘기상법’ 때문에 방송사들은 기상청 발 그대로 날씨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룸이 그동안 날씨 예보를 단신으로 처리했던 이유다. “주변에선 제가 기상전문기자로 입사했다고 하니까 다들 놀라워했어요. ‘뉴스룸에는 기상캐스터도 없는데 웬 전문기자?’라는 반응이었죠.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방송사들과 똑같은 내용을 보도할 바에는 날씨 예보 코너를 따로 두지 않겠다는 의미였어요.”
기상청 정보 그대로 전달하는 천편일률적인 예보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날씨 예보를 고민하던 차에 김 기자는 기상예보사라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상예보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소속 언론사가 기상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고, 기상청과는 다르게 예보할 수 있었다. 이미 기상 기사 자격증이 있는 그는 2년 이상 일을 하면 자동으로 기상예보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지만, 주말을 반납하고 관련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지난 7월 초 1년 만에 기상예보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다.
“무조건 기상청과는 다르게 보도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분석을 하다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건 맞거든요. 지난 장마 때도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강수량 500mm 정도의 비가 온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그만큼 내리진 않았어요. 저는 기상청이 예보한 절반 정도만 올 것으로 분석했지만, 그때는 JTBC가 기상사업자가 아니다 보니 그대로 얘기하지 못했죠. 지금은 매일 최저·최고 기온, 강수 예상 시점 정도를 기상청과 다르게 보도하고 있어요.”
김 기자는 기존 날씨 보도와의 차별성을 위해 심층성 있는 날씨 예보를 강조했다. “그동안 날씨 예보는 단편적인 사실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어떤 원리로 비가 오고, 이게 어떤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도가 없어 사람들이 해외 사이트에서 국내 날씨 정보를 알아보는 등의 ‘날씨 불신’이 생긴 게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이 기상청을 ‘오보청’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디테일하지 않은 정보 때문일 거예요. 앞으로 사람들에게 날씨에 대한 이해를 돕는 보도를 하고 싶습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