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드는 정성으로 5년간 데이터 저널리즘 한 우물을 파온 SBS ‘마부작침’. 어느새 SBS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저널리즘을 상징하는 ‘장수’ 브랜드가 됐다. 단적으로 수상 기록이 증명한다. 최근 1년 사이에만 ‘이달의 기자상’을 세 번 수상했고 2019년 한 해 동안 받은 각종 언론 상패가 10여 개에 달한다. 숱한 언론사에서 데이터 저널리즘팀이 명멸하는 사이, 마부작침은 어떻게 생존을 넘어 성장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지난 2일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난 심영구, 배여운 기자는 “회사와 동료들의 배려와 공감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현재 보도국 탐사보도부에 속한 마부작침 전체 팀원은 인턴 3명을 빼고도 5명이다. 기자 직군이 2명, 데이터 분석가가 2명, 디자이너가 1명이다. 심 기자는 “이 정도 규모의 단일팀을 쭉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데 회사에서 큰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여운 기자는 중앙일보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다 SBS의 러브콜을 받고 지난해 5월 이직했다. 2012년 뉴욕타임스의 인터랙티브 ‘스노우폴(snowfall)’을 보고 빠져 “플레이어가 돼야겠다” 마음먹은 뒤 코딩을 독학해 이 길로 들어섰다. 심 기자는 그를 “업계 스타 기자”라고 치켜세웠다. 그가 말하는 마부작침의 강점은 뭘까? “데이터와 현장을 모두 보여주면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완결성 있게 하는 게 장점 아닐까요.” 마부작침은 잘 벼려진 데이터를 방송 리포트는 물론 디지털 기사와 그래픽, 인터랙티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전달한다. 일명 ‘하이브리드 보도’다. 데이터를 때깔 좋게 다듬고 친근하게 전달하는 데도 탁월하다. 심 기자는 “방송사의 데이터 저널리즘팀으로서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 왔다”고 했다.
지난 2월부터는 뉴스레터 ‘마부뉴스’도 발행하고 있다. 국내외의 볼만한 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를 추천하고 마부작침 기사도 소개하는 식이다. 따로 본업을 하면서 8개월 만에 구독자 2000여명을 모았으니 괜찮은 성적인데 만족스러운 눈치는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독자 반응을 직접 듣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 팀은 물론 뉴스룸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흔히 ‘노가다’라고 한다. 데이터를 모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걸 정제하는 과정에서 “영혼이 털리”기 일쑤다. 애써 정리한 데이터를 “기사가 안 돼서”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위 가성비가 낮은 셈이다. 성패를 가르는 건 기획력과 문제의식이다. 경향신문의 역작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나 마부작침이 3년째 하고 있는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음주운전 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음주살인 보고서’ 등이 좋은 예다. 심 기자는 “일종의 기획 싸움”이라고 말한다. “다 공개된 데이터지만 꿰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데이터 저널리즘이 딱 그런 거 아닐까요?”
배 기자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데이터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기술적인 부분에 함몰돼서 화려한 걸 쫓았지만, 지금은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확보해서 좋은 기사로 만들 것인가, 그 고민을 하게 돼요. 결국엔 좋은 저널리즘을 하는 거니까요.” 심 기자도 저널리즘에서 답을 찾았다. 데이터는 “저널리즘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기사들을 보면 지어서 쓰는 것 같기도 한데 너희 기사는 데이터가 있으니까 믿을 수 있다고. 사람들이 뉴스를 불신하고 저널리즘이 이상한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탐사보도를 하는 팀과 동료들의 역할이, 무너져가는 신뢰를 조금이나마 지탱해주는 방편이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마부작침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해온 경험과 시도들이 SBS 뉴스나 업계 전체에도 자극이 되고,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