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이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매일 방송을 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폐쇄 못지않은 무거운 처벌이다. 직원들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언론단체는 승인 취소에 미치지 못한 봐주기 제재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신뢰가 바탕이 되는 언론기관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엄중한 처벌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에선 차명주주 의혹을 오래전에 제기했지만 계속 뭉개왔던 방통위가 현 사태를 부른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재승인 심사가 코앞이다. 곪을 대로 곪은 뒤에야 처방약을 내린 지금, 늦었지만 대충 덮고 갈 수는 없다.
MBN은 2011년 종편 선정 당시 납입자본금 3950억원 중 560억원이 부족해 임직원 차명주주를 활용,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인정했다. 2014, 2017년 재승인 때도 허위 주주명부와 재무제표를 제출해 재승인을 받았다.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핵심 이유다. 방송법은 거짓으로 승인받은 경우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사태를 키운 건 두말할 필요 없이 경영진이다. 불법으로 종편을 승인받고도 차명주주 의혹을 줄곧 부인했다. 금융위와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법원이 불법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뒤에야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달 29일 방통위 결정을 하루 앞두고 뒷북 사과문을 발표했다. 위기를 모면하려는, 마지못한 사과였다. MBN이 방통위 결정을 순순히 이행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방통위 처분이 내려졌지만 방송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적 대응 등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대목에서 불복을 기정사실화했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시간을 끌며 6개월 뒤 방송 중단을 막는 것이다. 직원들의 생존권을 방패삼아 최대한 시간을 버는 장기전을 벌일 것이다.
방통위도 길을 열어두었다. 방통위는 결정문에서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 보호와 고용안정 방안, 위법행위 관련 경영진 책임 방안,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등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조건부 재승인을 해줄 것이라는 약속과 다름없다. 상처는 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다. 대충 봉합해서는 다시 곪게 돼 있다. 나중에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전면적인 쇄신은 내부 구성원들이 불안해하는 생존권을 위해서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임기응변 대응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6개월은 추락과 비상 사이 선택의 시간이다. 과거의 악습으로부터 벗어날 절호의 기회다. 이번 일이 책임있는 방송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다시 출발할 수 있다. 그 길이 당장은 가시밭길이라도 밟고 건너야 한다. 그 터널을 지나야 진정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는 방송으로 다시 설 수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그 첫걸음이다. 노조는 이미 주요 임원의 임명동의제, 노동이사제 도입, 시청자위원회 노사 동수 개편, 시청자 참여 사장 공모제 등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제 회사가 답할 차례다.
방송은 공공재로 대주주나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방송의 독립성이 중시되는 까닭이다. 시청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책임감도 무겁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고 공익성을 말하긴 어렵다. MBN 노사가 치부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방송 중단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가혹한 결정이라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주저하면 할수록 개혁할 시간은 멀리 달아난다. 버틸 것인가, 변할 것인가. MBN은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