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이다 화재 참변' 인천 초등생 형제

[제361회 이달의 기자상] 박현주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박현주 경인일보 기자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오전에 형제가 사는 빌라를 방문했다. 시커멓게 탄 집기 위에 아이들이 신었을 장화와 흰 실내화가 놓여 있었다. 어머니와 살던 형제는 평소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릴 시간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이들을 돌보던 ‘최후의 보루’인 학교조차 문을 닫으면서 제도권에서 돌봄 사각지대를 놓쳐버린 사회적 참사라는 게 명확해졌다.


이웃들은 늘 단둘이 등하교를 하고 골목길에서 놀던 아이들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밤늦게 우는 아이들을 그냥 모른 체할 수 없었던 이유다. 3차례에 걸쳐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신고한 건 주민들이었다. 오래된 다세대 빌라와 아파트, 주택이 한데 있던 이곳은 20~30년 넘게 살던 주민이 많았다. 이들에겐 아직 ‘이웃 일이 남 일 같지 않다’는 정서가 남아 있었다.


형제를 지켜봤던 기관은 많았지만, 다들 아이들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걸 꺼렸다. 한 가정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이유에서다. 기관 관계자들은 “어머니가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기관조차 형제의 문제를 한 가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웃들마저 형제 단둘이 남아 있었던 것을 두고 “형편이 좋지 않은 데다, 어머니 혼자 아이를 키우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부했다면 형제가 처한 위기조차 감지할 수도 없었을 가능성이 컸다.


이번 사고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아직 ‘가정의 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벌어진 참사다. 이를 중재할 제도적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한 가정이 겪은 불행쯤으로 여길 일이 아니다. 아동학대를 일개 가정에서 발생하는 일로 한정하다 보니 아동문제에서 ‘아동’이 ‘객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아동보호 시스템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사를 썼다. 방지 대책이 무수히 쏟아졌다. 이로 인해 사회가 놓친 제도상 빈틈을 조금이나마 메울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사안을 함께 고민하고 취재했던 선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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