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시장 상품으로서 태생적 결함을 안고 있다. “내용을 모른 채 값을 정하기 어렵고, 일단 내용을 알고 나면 돈 낼 이유가 사라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가 말한 이 ‘정보의 역설’ 탓이다. 뉴스 한 건마다의 정확한 값어치를 매기는 것도 난제지만, 같은 뉴스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는 제각각이다. 이 ‘값어치의 불확실성’은 전자의 경우 구독, 후자의 경우 번들링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됐다. 즉 뉴스 기사를 한 건씩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기사를 묶어 신문 한부에 담아(번들링) 정기 구독 형태로 판매한 것이다.
디지털은 이 번들링과 구독을 무력화했다. 여기에 ‘경제적 공공재’라는 뉴스의 고질병까지 재발시켰다.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는 재화를 경제적 공공재라고 한다. 전자는 남들을 못 보게 배제시키면서 나만 볼 수 없음을, 후자는 나의 소비가 남들의 소비 가용 양을 줄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뉴스가 대표적인 경제적 공공재다. 신문이라는 매체에 뉴스를 담아 조·석간 단위로 판매함으로써 배제성과 경합성을 효과적으로 부과한 게 19세기말 대중 일간지 모델이었다. 디지털 매체로 이동하면서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은 되살아났고 더 강력해졌다. 공짜 유통을 막는 비용이 더 많이 들 정도다. 그래서 디지털에서 공짜는 근절되기 어렵다. 하지만 버즈피드 같이 완전 무료 뉴스 모델은 확산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빅테크 플랫폼들의 알고리즘 정책에 휘둘려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디지털 경제에 맞는 번들링과 구독 모델을 찾는 것이 뉴스 혁신의 핵심 과제인 이유다.
이는 ‘독자적 플랫폼’ 없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은 개인화와 매칭이다. 독자들이 어떤 정보에 높은 가치를 매기는지를 파악해 그에 맞는 번들링과 구독 패키지를 매칭하면 구독 전환률도 높아진다는 것이 미국 주요 언론들의 경험이다. 그러자면 독자들의 지불 의향 파악이 중요하다. 그 지불 의향 데이터를 얻는 게 페이월 정책이다. 공짜로만 기사를 뿌리면 사람들이 어떤 정보에 돈을 낼 생각이 있는지를 파악할 기회조차 없다. 뉴욕 타임스가 페이월 정책을 다양하게 변주해가면서 지불 의향 파악에 주력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가격 차별화, 즉 역동적 가격 설정(dynamic pricing)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들의 지불 의향을 확인할 길이 제한됐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정보 역설의 문제를 단일 구독료의 단일 번들링으로 해결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최적의 역동적 가격 설계가 중요하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디지털 전환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매체들은 오랜 부침 속에서도 자체 디지털 퍼블리싱 플랫폼과 꾸준한 데이터 기반 상품 혁신으로 노하우를 익혀왔다. 반면 갈팡질팡한 LA타임스는 뒤처졌다. 2000년까지도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의 구독자 수는 100만~110만명으로 차이가 10만부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 격차가 15배다. 디지털 전용 구독자 기준으로, 뉴욕타임스는 560만명, LA타임스는 약 36만명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두 개 종합지가 디지털 퍼블리싱 플랫폼을 새로 도입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다이내믹 번들링과 구독 상품 개발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국내 독자 성향은 미국과 다를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듯하다. 뉴욕타임스는 10여년의 고생 끝에 독자적 플랫폼 전략의 성과를 내고 있다. 내년은 국내 언론사들의 탈(脫)포털 원년으로 기록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