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네이버 뉴스 소비 현황을 분석한 기사가 언론계의 화제다. 상위 10개 언론사가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약 70%를 차지했으며 그중에서도 40%는 중앙일보·조선일보·연합뉴스 등 3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뉴스홈에 뉴스를 공급하고 있는 매체는 76곳이며 검색 제휴를 맺은 곳은 500여 곳에 이른다. 수백 개 매체가 매일 수십만 건의 기사를 쏟아내는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이토록 높은 점유율이라니. 상위권을 차지한 언론사들은 승자가 된 느낌을 받을 만도 하다. 일부 언론사는 기자협회보를 인용해 자화자찬성 보도까지 했다. 하지만 이렇게 기뻐할 일일까.
네이버에서 많이 소비된 뉴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뻐할 일은커녕 부끄러워할 상황이다.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상위 목록은 이른바 ‘나쁜 보도’로 여겨지는 뉴스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앙일보의 점유율을 높여준 기사들에는 <백악관 마비시킨 힉스, 트럼프 수양딸 불리는 모델출신 88년생>, <마이크 켜진줄 모르고 CGV에 울려퍼진 말 “오타쿠들 징그러”> 등 가십성이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뉴스들이 포함돼 있다. 조선일보도 <유튜버 심리섭과 배우 배슬기, 만난지 석달만에 결혼>, <개통령이 개에 물리는 장면 그대로 방송…시청자들 “너무 무서워”> 등 사실상 연예뉴스를 일반뉴스로 포장해 조회 수 올리기에 매진했다.
상위사만 언급했지만 이런 뉴스의 저질화는 매체를 막론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포털에서 조회 수는 언론사의 광고 수익과 직결되므로, 수익을 늘리고자 클릭을 유도하는 선정적 기사를 쓰는 것이다. 좋은 뉴스로 조회 수를 높이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다만 질적으로 우수하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이렇게 시간·비용을 투입해도 한 줄짜리 속보 기사보다 조회 수가 낮은 경우가 허다하니, 자극적인 뉴스 제작에 몰두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고 나쁜 행동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 언론사들의 모습은 괴물과 오래 싸우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존재에 가깝다. 악순환의 시작은 클릭 수 높이기에 좋은 자극적인 기사를 골라 전시하던 포털이 시작했다지만 지금은 언론사 역시 포털의 전략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포털에서 잘 읽히는 뉴스를 연구하고 눈길을 끄는 ‘제목장사’도 서슴지 않는다. 뉴스 공급자와 유통자 모두가 각자의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한 결과 저품질의 온라인 뉴스 생태계가 완성된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언론사와 포털, 독자 모두가 변해야 한다. 언론사는 저널리즘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포털은 제대로 된 뉴스에 제대로 된 비용을 치르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단순 조회 수에 기초하는 포털-언론 간의 보상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조회 수가 아닌 열독률·공유횟수 등을 토대로, 더 좋은 뉴스에 더 높은 보상이 제공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저널리즘이 포털에 종속된 현 상황을 타파하려는 고민도 필요하다. 독자들이 뉴스를 찾아 네이버로 가는 근본적 이유는 각 언론사 사이트가 포털보다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쾌적한 읽기 환경을 만들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해 포털로 떠난 독자들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 단순한 뉴스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독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저널리즘을 실현하려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