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재 '덕후' 경제지 기자가 풀어 쓴 국보 이야기

[인터뷰] 배한철 매일경제신문 기자

배한철<사진> 매일경제신문 기자를 한 마디로 칭하자면 역사·문화재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 우리말 조어로,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다. 그는 최소 한 달에 두세 번은 국립중앙박물관 도서관에 들러 역사서와 고문헌을 탐독한다. 휴일이면 서울 주변은 물론 전국에 분포돼 있는 유적지 구석구석을 취미처럼 답사한다. 배 기자는 “지금까지 관련 책을 최소 1000권은 읽은 것 같다”며 “휴가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재를 보러 간다”고 말했다.



그의 역사·문화재 사랑은 유년기부터 시작됐다. 유난히 이야기를 좋아해 자연스레 역사에 끌렸던 배 기자는 학창 시절,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역사책을 놓지 않았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국사나 세계사에서 매번 100점을 맞을 정도로 역사책을 탐독했다. 특히 고교 시절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역사를 풀어냈던 은사를 만난 이후 그는 더욱 역사에 열광하게 됐다. 여러 현실적 여건으로 대학과 대학원에선 사학이나 고고학이 아닌 경제학,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역사 공부는 이후에도 한 번도 중단하지 않았다.


경제신문에 입사해 정부 부처를 출입하며 주로 정책 기사를 썼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논란이 있는 역사의 쟁점들을 공부하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을 취미 생활로 삼았다. 하늘이 도왔을까, 2012년 문화부 발령 이후 그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가 됐다. 특히 문화재를 본격적으로 취재하면서 진가가 드러났다. 유료 콘텐츠였던 ‘프리미엄 매경’, 또 지면 등에서 ‘한국사 라이브’ ‘한국초상화 톺아보기’ ‘배한철의 역사의 더께’를 연재하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동안 역사·문화재와 관련한 책도 3권이나 썼다. 각각 역사, 초상화, 고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덧붙인 책이다. 최근엔 네 번째 책인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를 출간했다. 배 기자는 “한 나라 장인이 혼을 쏟아부어 만들었고, 운이 좋아 100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살아남은 것이 국보”라며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문화재인 데다 시간의 무게가 쌓이고 쌓여 감동적임에도 사람들이 국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념사진용이 아니라 적어도 이 국보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쉽고 재미있게 대표 국보 50여점을 소개하는 책을 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국보를 포함한 문화재를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듯 관람한다고 했다. 장구한 역사 속에서 온갖 풍상의 흔적을 간직한 처연함, 그러한 세월을 모두 이겨낸 대견함, 그리고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등 문화재를 보면 복잡 미묘한 감정이 솟구친다고 했다. 배 기자는 “적어도 한 시간, 그것도 시간별, 계절별로 여러 번 문화재를 본다”며 “문화재를 찾아가 관람하는 것은 저에겐 일종의 문화적 행위이다. 특히 눈으로 직접 보는 답사는 현장에서 배우의 섬세한 표정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공연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역사·문화재 ‘덕후’로서의 길을 계속 갈 생각이다. 임나일본부, 러일전쟁과 관련한 책을 포함해 10권 정도는 더 역사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배 기자는 “역사엔 명확하게 답변을 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경주 김씨 왕조는 흉노 왕의 자손인지, 왜는 한반도 남부에 있던 국가였는지, 여진족은 왜 우리 민족의 범주에서 떨어져 나갔는지 아직 의문점들이 많다”며 “열정을 갖고 최대한 사실주의에 입각해 끊임없이 탐구하려 한다. 다만 기자이기 때문에 대중과 학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쉽게 역사와 문화재를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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