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획기적 공공성 강화로 수신료 인상 동력 삼아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KBS가 숙원 과제인 수신료 인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KBS는 지난달 말 수신료 인상을 골자로 한 ‘공적 책무 강화와 수신료 현실화’ 라는 제목의 경영목표안을 마련하고 이달 중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 안은 세부 목표로 △공적책무 수행강화 △미래방송환경 변화 대비 콘텐츠 경쟁력 제고 △수신료 현실화 △경영혁신을 통한 재정건전성 기반 조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수신료 현실화가 핵심 목표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2007년, 2010년,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수신료는 1981년 컬러TV 방영과 함께 8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된 이래 39년째 동결돼 있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변화된 방송 환경을 감안하면 KBS 내부에서 느끼는 수신료 인상의 절박성은 이해가 간다. 실제로 KBS의 경영상황은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KBS의 재원 중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2015년 5000억원대였던 광고수입은 지난해 2500억원대로 4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공개된 KBS ‘토탈리뷰 TF’의 보고서는 KBS는 매년 1000억원대 손실을 입어 2023년에는 누적 사업 손실이 65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수신료 인상은 발등의 불이지만 안팎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신료 정책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입장을 번복하는 정치권의 대립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수신료의 조세전환 주장 등 수신료 인상에 우호적인 기류가 많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KBS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보도 오보사태 등을 문제 삼으며 오히려 KBS 수신료 통합징수도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타협하지 않는 한 교착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KBS의 지배구조를 만드는 일은 정치권의 몫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정성·지역성·다양성이라는 공영방송의 존립 의의를 찾기 위한 KBS 구성원들의 피를 깎는 노력이 선행돼야 수신료 인상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수신료를 올려야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방송사의 주장과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수신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시청자들의 주장 간 시비다툼은 무의미하다. KBS 수신료 인상은 시청자들의 신뢰와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신료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은 결국 KBS 구성원들의 쇄신 노력에 달렸다.  


다행히 희망의 싹도 보인다. 최근 발표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26.1%)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23.9%)를 묻는 질문에 KBS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 뿐 아니라 KBS는 코로나19, 태풍 바비 등을 거치면서 업그레이드 된 재난방송을 선보였으며 지난 7월부터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일하다 죽지 않게’를 주제로 6개월째 산재 연속기획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등 공적인 의제 발굴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는 다양한 디지털 기반 서비스의 공세 속에 획기적인 방송 공공성 강화로 차별화하지 못한다면 KBS의 수신료 인상 노력은 백일몽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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