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선정적 보도, 유튜버와 다를 게 뭔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한 사람이 경찰을 밀치며 건물 안으로 뛰어든다. 다른 사람은 가스 배관을 타고 벽을 오른다. 경적을 울리거나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싸움판을 벌이기도 한다. 며칠 동안 이런 기괴한 장면이 연출됐던 곳은 지난 12일 출소한 조두순의 집 앞이다.


불편을 겪은 주민들의 질타와 신고에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던 이 난장판은 유튜브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달됐다. 일부 유튜버의 일탈적인 방송은 좋게 보면 치기 어린 정의감 때문이겠지만 많은 경우 광고 수익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리얼리티 ‘막장쇼’가 막을 올리기 전,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에서는 선정적인 헤드라인이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조두순, CCTV 전파 탓하며 음란행위 등 이상행동”…12일 출소>, <“조두순 정체 들통 나자 두들겨 맞아” 재소자들 증언>, <“조두순, 보복 대비해 체력 키워…전자파에 성적 반응”>, <“반려견 던져 죽였다” 반려견 학대 스스로 인정한 조두순> 등이다. 모두 지난 5일 방송됐던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일부분을 골라 기사화한 것이다. 선정적 제목으로 경쟁하는 기성 언론과 기이한 행동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유튜버는 분명 닮아있다.


한편으로 언론은 그런 유튜버에게 토양을 제공하기도 했다. <[단독] 출소 앞둔 조두순 “죄 뉘우쳐…안산으로 돌아갈 것”>, <[단독]조두순이 돌아간다는 안산 집, 1㎞ 떨어진 곳에 피해 아동 살고 있다> 등 기사는 피해자와 안산 시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고 ‘잊혀질 권리’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잇따른 보도에 안산시는 성명을 내고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이 기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기본적인 배려를 망각한 채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이름을 언급한 기사 역시, 그 이름이 가명이었다고 해도, 과거 언론사들이 스스로 세웠던 원칙을 허물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두순 사건이 처음 알려졌던 2009년 언론은 피해자의 가명을 딴 ‘○○이 사건’이라고 불렀다. 이후 이러한 명명이 범죄자를 지울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피해자의 아버지도 “(딸의) 이름을 표현하지 말아 달라”며 호소하면서 피해자의 이름을 붙이는 일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두순의 출소를 전후해 언론은 다시 피해자를 호명한다. <○○이 아버지 “새 보금자리서 다 잊고 새 출발할 것”>, <○○이 주치의 “CCTV 전파에 성욕? 조두순은 안 변했다”> 등등. 사건 이름에 쓴 건 아니니 괜찮은가?


아직 일반화할 규칙을 완전히 정립하지 못한 유튜브 생태계와 달리 언론은 준칙과 강령 등 구체적인 윤리 기준을 공유하고 있다. 2018년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소재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 또 피해자 보호를 우선하고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신상정보 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 원칙을 외면한 보도를 반복하는 언론이라면 유튜버와 다를 게 뭐냐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조두순이 출소했던 지난 12일 KBS ‘뉴스9’ 앵커는 관련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두순이 자기과시형 범죄자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조두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보도는 자제하기로 했다는 점,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 그 일환으로 오늘도 조두순 거주지까지 따라가는 취재는 하지 않았습니다.”


기성 언론에 희망이 있다면 이런 성찰과 반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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