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경향신문과 경향 가족 모두에게 신축년 흰 소 해의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 팬데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단순한 선택 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과거의 낡은 질서는 앞으로는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특히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언론의 콘텐츠 제작 방식 또한 과거의 관행에 기대어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경향신문이 나아가야 할 길도 뚜렷해졌습니다. 먼저 콘텐츠 생산에서는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경향신문은 10여 년 전 선도적으로 온오프 통합 뉴스룸을 만들었지만 신문 제작 관성으로 인해 온라인에서 다시 ‘종이 신문’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해왔습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같은 세계의 주요 언론사들 대부분이 겪었던 시행착오의 과정이었으며, 한국의 주요 언론사들도 비슷한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그렇다고 혁신과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뒤로 물러날 공간은 없습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이제 갈라지고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평탄하지 않은 길을 나서는 게 위험하다고 제 자리에 안주했다가는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이제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과거의 제작방식을 뒤로 하고, 낯설고 힘들더라도 시대에 맞는, 미래가 있는 길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제작방식의 전면적인 변화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가동된 미래전략위원회는 14차례의 회의 끝에 전면적 디지털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편집국 조직과 인력 운용 방식을 디지털 중심 체제로 전환하고, 온라인 콘텐츠 생산과 종이신문 제작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는 언론사들이 반복된 실패 끝에 선택한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 구성원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미래전략위원회의 조사 결과 편집국 구성원들의 3분의 2가 디지털과 신문제작의 분리라는 혁신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곧 ‘편집국 디지털 전환 실행 TF’를 출범시키고, 먼저 시작한 경쟁사들의 오류를 파악해 경향의 현실에 맞게 업무 제작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소통 과정을 거쳐 TF의 결과물이 나오는 대로, 상반기 중에 디지털 전환을 시작하겠습니다. 조직개편에 필요한 인력 보강, CMS 도입 작업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진행할 것입니다.
이어서 이미 온라인 퍼스트를 선도하고 있는 스포츠경향과 주간경향 역시 기존의 미디어 경계를 뛰어넘는 창의적이고 특화된 콘텐츠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서겠습니다. 또한 경영과 관리, 제작, 인쇄, 신문 구독 및 유통, 광고, 사업 등 회사의 조직 전 부문에 걸쳐 시스템과 업무 방식을 새롭게 점검하겠습니다. 낡은 관행과 비효율을 줄이고 매출과 수익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고도화하겠습니다. 국실 간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을 강화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습니다.
경향 가족 여러분. 올해 경향신문은 창간 75주년을 맞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두 극복해냈습니다. 전쟁과 혁명, 온갖 재난의 와중에서도 진실을 알려온 자랑스러운 역사와 역량이 있습니다. 이제 지난 세월 동안 우리가 공들여 쌓아올린 ‘경향신문’ 브랜드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면서 지면뿐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도 앞서 나가는 길을 만들어갑시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회사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이는 모든 국실과 부서의 임직원들이 열심히 땀 흘려 노력한 덕분입니다. 깊이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경영 환경 역시 녹록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한 마음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가 지금 격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내더라도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경향인 모두가 어깨를 겯고 함께 전진해야 합니다. 모두가 힘을 보태면 새해 한 뼘 더 성장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경향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것은 임직원들과 대화를 거의 나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거리두기와 함께, 버티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여기는 코로나 상황에서 매출 방어가 급선무였기에 만남의 기회를 가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함께 모여서 신년 덕담을 나누는 자리까지 취소하게 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가 물러가서, 우리 모두 거리두기 없이,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든 국실, 동료 선후배 간에 마음을 연 소통과 대화로 회사가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경향 가족 여러분. 신축년 새해, 우리 모두 기운찬 발걸음으로 새 길을 활짝 열어갑시다. 2021년, 임직원 모두가 소망하는 모든 일 이루시는 풍성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1년 1월 4일
사장 김 석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