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저널리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뉴스와 관련 칼럼 및 심층 기획물을 인쇄 및 디지털, 방송 형태로 묶어 유통하는 일.” 저널리즘이 어떤 수단으로 전달되든, 본질은 같다. 아니, 같아야 한다.
지난해 저널리즘은 그러나 뜻하지 않은 치명적 도전에 직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은 저널리즘에도 상처를 냈다. 기자들의 핵심 역량이 꽃피는 현장 취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기자실은 잠겼고 인터뷰는 화상과 통화로 대체됐다. 2021년 기자들의 새해 소망으로 “마스크 없이 현장을 누비고 싶다”가 단골로 등장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단 코로나19만이 저널리즘의 본질을 흐리는 문제일까. 2020년을 반추해보면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저널리즘엔 디지털 혁신의 폭풍이 몰아쳤다. 그뿐인가. 한국 사회 전체가 정파적 이해 관계 및 선호에 따라 양극화하면서 기자들도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꿋꿋이 언론의 본질을 지키기보다, 디지털의 클릭 숫자에 함몰될 때가 많았던 게 우리 모두의 처지였다. 진실 추구보다는 제목 장사에 편가르기를 할 때가 더 많지 않았을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성해야 할 때다.
물론 포털이 지배적 유통자인 상황에서 수익 모델이 안갯속이다 보니 당장의 클릭 수에 의존할 수밖에는 없다. 대다수 매체가 처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매일의 고통을 핑계로 수천년 이어온 저널리즘의 본질을 기자들이 앞장서서 흐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신발끈을 조일 때다. 마침 절망의 2020년이 저물고 2021년 희망의 새날이 밝았다.
제정을 앞둔 언론윤리헌장(가칭)은 그래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저널리즘의 가치와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외부 전문가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머리를 맞대고 도출해 낸 이 헌장은 언론의 자유보다는 책임에 방점을 찍는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게 요지인 언론의 자유는 이미 대한민국에 차고 넘친다. 이젠 스스로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곱씹어 볼 때고, 이번 헌장은 든든한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이 헌장은 특히 해당 주체를 ‘기자’로만 한정하지 않고, 실행 주체를 ‘윤리적 언론’으로 적시했다. 유튜버 등 각종 1인매체가 득세하며 이들이 언론 행위의 자유는 만끽하되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현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간에서 헌장 제정위원회의 고심이 읽힌다.
2020년은 대한민국에 분열의 극단을 찍은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분열을 조장하며 일명 제목 장사, 클릭 벌이만 한다는 비판의 고리를 끊을 때다. 2021년은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를 되새기는 ‘언론 본질 회복의 원년’으로 삼으면 어떨까.
저널리즘의 기원은 BC 131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제국의 광장에 등장한 ‘악타 디우르나’. 역사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신문으로 꼽는 매체다. 국가의 주요 법률 제정부터 결혼 및 부고 등을 새겨 광장 게시판에 전시했다고 한다. 약 2150년 전 로마 광장에서 뉴스를 읽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들었던 로마인에게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먼 미래의 후손에게도 저널리즘의 가치는 똑같다.
시대의 격동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되찾자. 2021년은 신축년, 소띠 해다. 뚜벅뚜벅 우직하게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켜나가야 할 때다. 본질을 잃고 길을 헤매기엔 시절이 하 수상하고 시대가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