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유독 눈이 자주 내린다. 초겨울에는 주로 서해안으로 대설이 쏟아지더니 한겨울 들어 눈구름이 내륙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 6일은 수도권에서 퇴근길 악몽이 벌어졌다. 제설이 제때 안 된 탓인데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집에 가거나 중도에 차를 버리고 가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월요일인 18일은 더 많은 눈이 올 거란 전망이었다. 기상청은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대설이 쏟아질 거라며 기후적 측면에서 이례적이란 언급까지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설 특보 중 가장 상위 단계인 ‘경보’ 발표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영서중·남부 15㎝ 이상, 서울 등 중부지방과 전북, 전남북부, 경북, 경남서부 등에 3에서 많게는 10㎝가 내려 쌓인다 하니 가뜩이나 월요일 출근길에 큰 교통 혼잡은 불 보듯 뻔했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당장 월요일 새벽에 출근인데 집이 위치한 곳은 전날 밤부터 이미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그렇게 평소보다 몇 시간 일찍 새벽길을 나섰는데 웬걸,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도로에 눈이 없었다. 도로에 잔뜩 깔린 염화칼슘이 더 불편할 정도였다.
당일 전북에서는 13㎝에 달하는 큰 눈이 내려 150건이 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충남에서도 14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야말로 전국적인 대설로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 예보가 적중했다.
문제는 서울이었다. 딱 서울에만 눈이 오지 않았다. 눈구름들이 서울을 기점으로 홍해 갈라지 듯 위, 아래로 나뉘어 흘렀다. 예상치 못한 상황, 기상청은 분주했다.
새벽 4시20분, 기상청은 중부지방의 예상 적설을 3~8㎝로 전날보다 다소 하향하며 오전까지 대설이 쏟아질 거라 예보했다. 출근길이 막 시작된 6시 서울의 적설은 0.1㎝에 불과했다. 1시간 뒤쯤엔 서울에서 눈이 오지 않는 이유와 오전에는 오락가락하다 낮에 강한 눈이 올 거란 예보가 새로 나왔다. 기상청 대변인실에서는 7시30분쯤 서울 주변에서 눈구름이 발달하고 있다며 9시 전에 눈이 내릴 거란 문자를 돌렸다. 실제 9시30분쯤 서울에서 약하지만 눈이 내렸고 기상청은 기다렸다는 듯 서울 전역에 다소 민망한 대설주의보를 발령했다. 낮에도 서울에서 시간당 2㎝ 안팎의 다소 강한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을 거라 했지만 결국 오후 1시에 서울의 대설주의보는 해제됐다.
눈은 오지 않는데 상황은 어째 더 긴박했다. 기상청은 오전 내내 서울에 눈이 언제 올지 예보 전달에 분주했고, 언론은 ‘대설이라더니…눈 보다 염화칼슘 더 많아’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과소평가해 예보했는데 대설이 쏟아져 큰 피해가 났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966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에서는 예보와 다르게 눈이 적게 내려 별다른 불편과 피해가 없었다. 재난은 찔끔 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고 한다. 하지만 과잉 대응의 전제가 되기도 하는 과대평가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지난해 초 기자협회보 첫 칼럼에서 부족한 건 딱 하나 ‘믿음’이라며 기상청을 통 크게 칭찬해주자고 했는데, 지난 1년간 그런 적이 있었나 싶다. 지난 6일과 12일 적설 예보를 잘 한터라 18일 서울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면 1월 예보는 만점에 가까웠을 텐데. 틀려서 피해가 없었으니 다행인건가 아니면 제발 눈 좀 내려서 예보가 맞아야 하나, 오전 내내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