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4) 경배씨의 봄을 기다리며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매서웠다. 장갑 낀 손끝도 이렇게 아린데…. 추운 날이면 이따금 생각나는 이가 있었다. 제주 사람 김경배. 그는 6개월째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연이은 한파 예보는 빗나간 적 없이 새벽 서리가 되어 그가 덮은 비닐 이불 위로 얼어붙었다. 그의 목소리는 간명하다. 난개발 앞에 위태로운 섬, 제주를 지켜달라는 것. “이대로 제주에 두 번째 공항이 건설되면, 나와 노모가 사는 집터 위로 활주로가 깔리고 뭇 생명은 터전을 잃어버립니다.”


농성장 앞엔 크레파스로 그린 경배씨의 영정과 함께 나무관이 놓여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땅을 지키기 위해 죽기를 각오했다는 의지 표명이다. 150일 단식을 거치는 동안 경배씨의 얼굴은 그의 영정 그림보다 더 앙상하게 변했다. 해가 떨어지고 한기 서린 아스팔트 바닥에 누운 그는 “봄날에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자주 꾼다”고 했다. 겨울 지나면 그 끝엔 봄이 있다.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보내는 경배씨에게 봄이 오기를 바란다.


하상윤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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