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인터넷상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언론과 포털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삼는 정보통신법 개정안 등 ‘미디어 6법’을 2월 중 혹은 늦어도 3월 정기국회 중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 6법에는 명예훼손성 온라인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 제도, 악성 댓글 게시판 운영 중단 요청권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현 정부의 적극 지지층이 이른바 언론개혁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다.
미디어 6법에는 언론중재위원 증원처럼 이견이 적은 법안들도 있지만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적용 문제는 논란이 크다. 이 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은 이미 치열히 전개된 바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가짜뉴스, 허위정보 등을 이용한 사익 추구 위법행위를 억제하겠다며 손해의 최대 5배를 배상하는 상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언론단체, 시민단체, 법조인 등이 갑론을박을 펼쳤다. 대체로 찬성 측은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언론중재법 등 현행 구제 방안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반대 측은 표현의 자유 위축 가능성을 주요한 논거로 내세웠다.
허위·왜곡보도가 넘쳐나 사회적 해악이 되고 있으며 언론의 자정기능이 없다고 보는 이들과 언론에 대한 규제 강화가 권력 감시·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맞서고 있는 상황, 그리고 양쪽의 주장 모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점은 집권 여당이 이 법안의 입법을 서둘러서는 안되는 이유다. 실제로 이 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불이익을 대차대조해 봐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언론 피해 구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언론사들이 보도를 할 때 좀 더 신중해질 것이라는 점은 사회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 권력과 대기업 등 이 법을 이용해 비판 보도를 전략적으로 봉쇄할 가능성 등의 불이익은 앞서 열거한 사회적 이익과 견주어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법안이 책임 추궁 대상으로 삼고 있는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일과 가짜뉴스의 ‘고의성’을 판별하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툭하면 ‘가짜뉴스’로 지칭하며 지지자 규합에 활용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행태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법안의 찬성자들이 지적하는 언론시장의 여러 가지 문제 -조회수 경쟁에 매몰된 낚시성 기사, 선정적·상업적 보도, 강한 정파성의 문제 등-에 대해 이 법이 효과적 해결 수단이 될지도 의문이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뉴스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런 뉴스들은 처벌이 아닌 소비자 선택에 의해 퇴출되도록 하는 게 정도다. 판별이 쉽지 않은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보다 사실관계 확인에 철저한 뉴스, 시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사가 독자의 선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이 더 생산적이다.
물론 이 법안의 부작용이 크다고 해서 시민 다수가 언론에 대해 느끼고 있는 문제점을 언론은 외면해서는 안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 언론사도 포함해야할지를 물은 한 여론조사에서 61.8%가 찬성하는 등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여론이 대체로 높다. 우리 언론이 뼈아프게 새겨야 할 지점은 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언론을 불신하고 있으며 이처럼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해법을 선호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언론 스스로의 환골탈태 노력이 필요하지만 집권 여당도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언론관련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