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추모시를 낭송하는 시인의 까만 뺨에 그려지는 눈물은 선명했고, 울음 섞인 목소리에는 슬픔과 그리움이 짙었습니다. 지난 2월19일 백기완 선생의 영결식에서 찍은 송경동 시인의 모습입니다.
송 시인은 백기완 선생의 사회장이 치러지는 내내 분주했습니다. ‘몸을 저렇게 부려도 되는 걸까.’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노동자 김진숙씨의 복직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47일 간 단식농성을 벌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시인을 만났던 곳은 대개 농성장이었습니다. 송 시인의 자리는 늘 아프고 서러운 이들의 곁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연대해 온몸으로 싸웠고, 현장과 투쟁의 언어로 시를 지었습니다.
송 시인을 설명할 몇 줄의 문장을 끼적이다가, 사진 속 두 인물이 포개지는 환영을 봅니다. 시인의 삶이 백기완 선생의 삶과 꼭 닮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 대한 가장 진실하고 정확한 추모는 그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부조리한 시대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한평생 살다 가신 어른과 그의 길을 가겠다는 한 시인의 다짐이 뜨거운 울림과 동시에 부채감을 갖게 했습니다.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