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집단면역에 6년 4개월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짜뉴스 맞습니까?”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남기 부총리에게 물었다. 전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반박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홍 부총리는 “네”라고 답한 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잘못된 뉴스’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가짜뉴스’를 ‘사실이 아닌 뉴스’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라는 말이 이제 그 본뜻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됐음을, 그리고 정치적·사회적으로 다양한 용례가 있음을 인정한다 해도 서 의원의 ‘가짜뉴스’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
집단면역이 6년 4개월이 걸린다는 것은 미국 경제매체인 블룸버그의 분석 결과다. 하루 평균 3만2000명에게 접종하는 속도를 유지한다면 집단면역 달성까지 그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는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몇 퍼센트’라는 분석과 마찬가지의 예측이다. 결과를 도출해낸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예측 자체를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는 건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예측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해도, 책임 있는 정부와 여당이라면 숫자 뒤에 있는 맥락과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언급하며 언론 탓을 하는 건 서 의원뿐만이 아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2일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백신 확보와 접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마치 우리가 백신 확보가 안 돼 국민들의 건강, 코로나19 극복에 무신경한 것처럼 가짜뉴스가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기사) 제목을 잘못 뽑았다”고 했다.
언론이 여론에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언론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백신공급을 둘러싼 국민들의 우려가 김 후보자의 주장처럼 오롯이 언론 때문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충분한 백신이 확보됐다”며 “접종 시기, 집단 면역 형성 시기가 다른 나라들보다 결코 늦지 않고 오히려 빠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발탁된 기모란 교수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는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백신이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불일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가 분석 결과를 내놓았던 날 우리나라의 백신 1차 접종률은 3.4%로 이스라엘(59.3%), 영국(49.6%), 미국(40.5%) 등과 비교하면 한참 낮았다.
이런 ‘가짜뉴스 낙인찍기’와 ‘언론 탓’은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4·7 재보선이 끝난 뒤엔 패배가 언론 탓이었다는 여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있었다. 그러나 TV에서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 <뉴스9>는 오세훈 후보의 거짓말 논란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논란이 됐을 때도, 집값 폭등과 전세난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을 때도, 여당은 언론을 탓했다.
언론이 정부 정책에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면 이 모든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설사 언론이 여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더 많이 썼다 해도 그건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권력 감시와 정책 검증은 언론의 본분이다. 정부 여당의 언론 탓은 정파적 피해의식에 기댄다는 점에서 게으르고,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을 직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하다. 잘못된 질문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