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연합뉴스 뉴델리특파원은 뉴델리 남부의 주택가에 살고 있다. 6개 단지로 이뤄진 이 주택가 둘레는 1.3km 남짓. 몇몇 나라의 대사관도 있는 이 동네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350명이 나왔다. 교민이 많이 사는 뉴델리 인근 구르가온의 한 아파트에선 8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30~40만명이 나오는 인도에서 취재 중인 김 특파원은 최근 상황에 대해 “두렵다”고 했다.
지난 5일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만난 그는 “뉴델리에 내린 봉쇄령이 3주째 접어들고 있어 현장 취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인도 현지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집에서 전화로 취재하는 형편”이라면서 “취재 어려움보다는 공포와 불안감이 훨씬 큰 문제다. 병상이 없고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해 교민사회에선 코로나19는 말할 것도 없고 병에 걸리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그간 인도는 코로나19 방역에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신 강국으로 전 세계에 백신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런데 3~4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인도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몇 배에 달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인도는 코로나19 감염을 통제할 수 없게 된 걸까.
“작년에 강력한 수준의 전국 봉쇄조치 이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생기자 정부가 일찍 방역을 풀었고, ‘홀리’와 ‘쿰브 멜라’라는 두 종교 축제에 지방선거가 겹치면서 국민의 경계심이 흐트러졌어요. ‘이중 변이 바이러스’도 주목해야 합니다.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이 신종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생겼어도 다시 감염시킬 정도로 파괴력이 큰데, 대유행을 폭발시킨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이달 1일부터 백신 접종 대상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췄다. 백신 접종을 확대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겠다는 계획인데, 수요를 충족시킬 백신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인도 업체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자체 개발한 백신,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의 사용이 승인됐다. 지난달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김 특파원은 2차 접종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방역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백신 접종 과정에서 감염될 우려가 있어서다.
2018년 6월 인도에 파견된 그는 뉴델리에서 3년째 근무 중이다. 이 어려운 처지를 견딜 수 있는 건 함께 있는 아내와 아들 둘 덕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들어오라고 하지만 인도를 포함해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8개국을 담당하는 특파원 임기는 1년이 더 남았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게 최선이다.
그가 인도를 취재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인도에 대한 한국 언론의 과장과 왜곡이다. “13억8000만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전통적으로 강변 등 노천에서 화장을 해왔어요.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시신을 화장하는 곳은 전통 노천 화장장입니다. 노천 화장장 사진을 실으면서 마치 거리 곳곳에 아무렇게나 코로나19 환자 시신이 나돌고 불태워지는 듯 묘사한 글을 보면 답답합니다.”
그는 “일부 한국 언론은 인도에 관심 없이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의 아이템만 쓰고 있다. 선정적인 엽기뉴스가 대부분”이라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가 부족한 기사들이 인도를 이상한 나라로 한국에 알려지게 만들고 있어 안타깝다. 인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른 면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했다.
뉴델리 전면 봉쇄는 17일까지 연장됐다. 답답할 때면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쐰다는 그는 어제도 마감 전쟁을 치르고 다시 옥상으로 향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