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도강(渡江)에 비유하며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으면 서서히 죽을 확률이 100%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중앙일보에선 콘텐츠 제작의 무게중심을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조직 개편과 제작공정 개선이 뒤따랐다. 중앙일보가 쏘아올린 ‘신문 제작과 디지털 분리’는 지난해 한국일보로 이어졌고, 올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승부수를 던진 것은 생존 때문이다. 종이신문 광고와 협찬으로 살던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종이신문 하루 평균 열독시간 2.8분(2020 한국언론연감)에서 보듯 많은 독자는 디지털에서 뉴스를 소비한다. 기존 뉴스 제작방식을 거꾸로 뒤집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시행착오가 없을 순 없다. 일만 더 늘어났다는 회의론에서 콘텐츠 전략이 없다는 지적, 스트레이트 부서 기자들의 인력난, 일상화된 혁신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신문·디지털 완전 분리를 선언한 언론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드러난 종이신문의 품질 부실은 뼈아프다.
지난해 말 디지털 유료 가입자 수 669만명을 기록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은 순탄치 않았다. 2011년 온라인 기사 유료화 이후 시행착오와 실패가 거듭됐고, 그때마다 온라인 유료화 필패론에 직면했다. 세계 초일류 미디어라는 뉴욕타임스가 10년 넘게 걸렸는데, 우리는 지난한 세월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막고 푸기식’으로 디지털 퍼스트를 외친다고 디지털 전환이 성공할 순 없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분명한 미래 전략과 목표 제시, 새로운 인력에 대한 투자와 함께 조직원들의 각성과 쇄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 언론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장벽은 또 있다. 포털을 통하지 않고는 독자와 만나기 힘든 구조적 환경이다. 공들여 취재한 기획·탐사보도는 포털에선 좀처럼 찾기 힘들다. 혼탁한 포털 뉴스 공간을 정화하자며 열린뉴스포털 제안 등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까닭이다. 포털의 뉴스 배열 알고리즘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포털 탓으로 돌리기엔 비겁하다. 어뷰징 기사, 베껴쓰기 등 질 낮은 기사들로 포털 뉴스를 채우는 건 언론이다.
일부만 그런다고? 중앙 언론사들도 오십보백보다. 지난 2일 저녁 뉴스1은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를 인용해 인도 강가에 유기된 시신을 들개가 훼손하는 내용의 영상 기사를 내보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인간 존엄을 무너뜨리는 반윤리적 보도라고 비판한 이 보도를 10여개 언론사는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지난 3일 언론인권센터 논평에서 보듯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 행태도 마찬가지다. 취재나 팩트체크 없이 커뮤니티를 출입처로 삼아 자극적인 소수 의견을 ‘남혐 논란’ ‘젠더 갈등’을 붙여 재생산한다.
기사 개수에 급급하고 조회수 증감률만 따지는 디지털 전략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이런 현실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잡을 것이며, 독자가 선호하고 만족하는 콘텐츠 생산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김중배 선생은 일찍이 자본의 언론 지배를 경고하며 “90년대 들어 언론이 이제 권력보다 더 원천적이고 영구적인 제약세력인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감히 김 선생의 말씀을 빌리자면 2021년 현재 한국 언론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권력은 조회수에 목맨 싸구려 기사들이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