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에 악용되는 무분별한 기사형 광고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최근 주식·코인·부동산을 가리지 않고 투자 광풍이 부는 가운데 금융범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나만 ‘벼락 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니 평소 ‘말도 안 된다’고 거절하던 제안에도 현혹되고 마는 것이다.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QRC뱅크라는 투자 상품도 그랬다. 은행 이자가 1%도 채 안 되는 초저금리 시대에 원금의 300% 수익을 매일 지급해준다니.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인데도 투자자들은 믿었다. 그리고 현재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사기성 짙은 제안을 왜 그토록 쉽게 믿었을까. 언론 보도가 문제였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솔깃한 제안을 의심했지만 포털에서 검색해봤더니 회사를 믿을 만한 곳으로 언급한 국내외 매체의 보도가 넘쳐나더라는 것이다. 실제 지금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블룸버그, AP, 파이낸셜뉴스, 매일경제, 중앙일보 등 국내외 미디어의 보도가 화면 한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다.


물론 찬찬히 살펴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바이라인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내용과 논리도 허술하다. 특히 외신 기사는 뉴스의 기본 형식조차 갖추지 못했다.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진짜 기사가 아닌, 기사 형태로 상품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임을 한눈에 알아챌 정도다. 하지만 뉴스를 매일 접하지 않는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기사형 광고와 진짜 기사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대다수는 같은 언론사의 제호 아래 놓인 글들을 같은 권위와 신뢰를 가진 것으로 순박하게 믿어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순박함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한 최저가 쇼핑몰이 믿을만하다는 유명 일간지의 인터넷 기사를 보고 제품을 주문한 사람들이 돈만 보낸 채 물건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수조원의 손실과 수백명의 피해자를 낳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도 피해를 키우는데 홍보성 기사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언론은 해당 운용사에 대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자산운용사”, “여의도의 새바람을 일으키는 곳”이라며 신뢰와 권위를 부여했고 이를 믿은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상황이 이쯤 되면 언론의 행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광고주 입맛을 맞추려 일부러 기사와 혼동하게끔 글을 쓴다거나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사기성 짙은 업체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게재하는 등의 행태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언론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도 환경이 디지털·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편집국이 가졌던 어떤 경계심 자체가 무너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한정된 지면과 달리 기사 작성과 송출이 무제한으로 가능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 작은 수익이라도 내보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것이다. 수십만원이면 유력 언론사에 기사형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는 제안이 광고주들 사이에 공공연히 떠돈다는데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폐해가 심각해지자 언론이 기사형 광고를 게재하면서 광고라는 사실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을 때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도 3월 발의됐다. 하지만 법안의 통과 여부를 떠나 언론의 반성과 변화가 우선 절실하다. 기사형 광고란 결국 언론사 제호가 가진 신뢰와 권위를 돈과 맞바꾸는 행위다. 기사 한 꼭지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진 디지털 언론 환경이지만 제호가 가진 책임감까지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언론도 기업이라는 그럴듯한 변명 아래 무분별한 기사형 광고를 일삼는 일은 결국 언론의 생명인 신뢰를 잃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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