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밍 브리트니’가 화제다. 미디어 폭력과 딸에 대한 아버지의 과도한 통제가 미국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제작사는 뉴욕타임스(NYT). 지난해부터 60분짜리 장편 다큐물을 ‘The New York Times Presents(뉴욕타임스가 제공합니다)’라는 시리즈 명 아래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은 그 6번째다. 감독인 사만다 스타크(Samantha Stark)는 다큐가 될 만한 NYT 기사를 골라 뉴스룸과 협업하는 사내 다큐 제작 책임자다. 탐사 보도 기반 다큐를 제작하는 경우 취재 기자들이 감독이 되기도 한다. NYT 다큐들은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훌루 등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다. 미국 구독자들은 뉴욕타임스닷컴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NYT의 이런 행보 이면에는 역시 디지털이 있다.
뉴스 기사는 ‘시간에 민감한 정보 조각’이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빠르게 사라진다. 텍스트의 경우 쉽게 베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큰 장애다. 이 치명적 단점은 그동안 ‘과점’으로 든든하게 커버됐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뉴스 산업이 경합시장으로 바뀌자 이 단점이 도드라지게 됐다. 반면 영상물은 수명이 길고 베끼기 어렵다. 덕분에 지적재산권(IP) 기반의 다채널 창구화(multi-windowing)를 통해 반복 판매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다. 다만 극장 중심의 유통에서 수요가 적은 다큐는 상업 영화에 밀려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OTT 시대로 접어들자 글로벌화와 상시 스트리밍으로 유통 채널 문제가 극복되면서 잘 만들어진 다큐물이 수익을 낼 확률도 높아졌다.
다큐의 원천 스토리는 뉴스에 가장 풍부하다. 탐사 보도를 다큐로 제작할 경우 원소스 멀티유즈(OSMU)로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NYT는 OTT 시대에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보도의 강점을 살려 다큐 선점에 나선 셈이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는 IP, 특히 원천 스토리 확보의 중요성이 배가된다. 국내외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 기획사 및 제작사 지분 인수를 둘러싸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는 것도 IP 확보 때문이다. 콘텐츠는 소위 간접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런 맥락에서 NYT가 다큐 제작으로 노리는 점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신문 기사를 등한시하고 OTT를 즐기는 MZ 세대 어필이다. 시리즈 이름을 ‘뉴욕타임스가 제공합니다’로 내건 것도 브랜딩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콘텐츠 혜택을 다양화함으로써 구독자 유인과 잠금(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유기적 OSMU로 뉴스 상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IP 기반 다채널 창구화라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전략을 접목한 것이다. 뉴스룸에 투입되는 고정비를 회수할 윈도 확장의 효과가 있다.
이제 저널리즘에 대한 천착만으로는 뉴스 산업을 지켜내기 힘든 시대다. 미디어 지형이 격변하는 디지털 전환기에 큰 그림의 변화를 통찰하는 전략 부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미디어 상품의 경제적 속성과 플랫폼 경제의 작동 원칙에 대한 이해는 전략 수립의 기초다. 이런 점에서 경향신문과 EBS가 공동 제작한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교육 기획은 주목할 만하다. 아직은 제작 시너지 실험 단계인 듯하다. 플랫폼 연결성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씨앗이 돼 디지털 플랫폼 전략으로 결실 맺는 날이 오길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