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사건인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면서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신라젠 큰 손인 이철 VIK 전 대표에게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을 알려달라고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1심 법원이 지난 16일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전 기자가 취재윤리를 위반한 점은 명백하지만 형사책임을 질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시한 점을 환영한다.
이번 사건의 단초는 지난해 3월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 측근인 지모씨(‘제보자 X’)를 만나 가족의 안위를 거론하며 여권 인사와의 연루의혹을 캐내려는 장면이 담긴 MBC 보도다. 이때 거론된 검찰 고위 관계자가 현 정권과 갈등관계인 윤석열 전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었다는 점에서 이 보도는 검언유착 의혹을 둘러싼 격렬한 정치적 논쟁을 촉발했다. 결론적으로 검찰은 검언유착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고 검언유착 혐의로 이 전 기자를 기소하지 못했다. 따라서 1심 법원이 강요에 의한 취재의 처벌 여부만을 판단한 점은 맞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점이 확인됐으며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주장하던 여권 정치인들이 제기한 ‘검언유착 의혹’의 근거와 설득력이 취약해진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맥락을 감안하면 MBC가 이 판결 직후인 지난 17일 “한 종편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방식을 고발했을 뿐 검언유착 의혹의 실체를 예단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것은 의아하다. 1심 판결 결과를 놓고 이번 보도가 MBC와 여권인사 간 ‘권언유착’에 의한 기획 아니냐는 보수언론의 무리한 주장을 반박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책임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MBC는 ‘검언유착’이란 표현을 여당 정치인들이 확산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는 형식논리다. MBC의 첫 보도가 검언유착 의혹을 파헤치고자 했다는 증거는 넘친다. MBC는 지난해 이 보도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356회)에 공모하면서 ‘채널A의 검언유착 보도’라는 점을 명시했고 취재기자 역시 수상소감에서 “검언유착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상심사위원회 역시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검언유착 의혹을 드러내기 위한 보도”라는 점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판결 이후 차라리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저간의 사정을 철저히 비판하는 편이 훨씬 더 당당하고 ‘MBC답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이 주는 또 다른 함의는 제보자에 대한 편향 없고 철저한 검증의 중요성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MBC에 이 사건을 제보한 지모씨가 이철 전 대표와 상의도 없이 이 전 기자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금품제공장부, 송금내역 등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검찰 간부와의 녹취록을 요구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지씨의 정치적 편향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제보자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다. 특종에 대한 욕심보다 공익적 목적을 위한 제보(자)인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은 MBC뿐 아니라 모든 언론에 필요한 덕목이라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도 그의 상식 밖 취재행위가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이 전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질책했다. 언론의 신뢰 회복은 엄격한 취재윤리 준수가 바탕이 된다는 점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