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이슈 인사이드 | IT·뉴미디어] 장슬기 MBC 기획취재팀 데이터전문기자

장슬기 MBC 기획취재팀 데이터전문기자

“여론조사, 그거 맞아?”


기사 쓰는 기자조차 팩트라고 믿지 않는 숫자를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하는 아이러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회사 이름을 걸고 조사도 하고, 조사했다 하면 톱에 배치한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에 대한 불안한 눈빛은 여전히 거두지 못한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그 정점을 찍는다. 2016년 4월, 20대 총선 일주일 전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만 보면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적어도 150석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막상 투표함을 까보니 참패할 줄 알았던 더불어민주당이 한 석 차이로 제1당이 된 건 ‘여론조사 대재앙’의 서막이었다. 뒤이어 11월 미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의 낙승을 점친 여론조사와는 정 반대 결과가 나왔다. ‘샤이 트럼프’까지 연달아 두 번이나 뒤통수를 맞고 나니 이젠 여론조사라고만 해도 뒤통수를 긁적이게 됐다.


대선 시즌이 되자 어김없이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도마에 올랐다. 출마를 하겠다고 밝힌 10여명의 후보를 여야 할 것 없이 나열해 물어보는 다자대결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자 지지율이 조사 간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주간 발표된 여론조사만 봐도 윤 후보 지지율은 18.1%에서 30.6%까지로 발표돼 12%p 넘게 차이가 난다. 웬만한 후보 지지율보다 높다. 여론조사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줄 서는 것도 놀랍지 않다.


이 현상을 지적하는 기사들은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도 들쭉날쭉인데 해몽도 들쭉날쭉하다. 누구는 기계(ARS)가 물어볼 땐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사람(전화면접)이 물어볼 땐 말 못하는 ‘샤이 윤석열’이 원인이라 한다. 누구는 또 ARS는 응답률이 낮은 탓이라 한다. ARS엔 정치 고관여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표집되어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비율은 줄어들고, 윤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비단 조사방법만 다른 게 아니다. 주관식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객관식으로 묻기도 한다. 객관식 보기도 조사마다 마음대로다. 누구를 선호하냐고 묻기도 하고 누가 적합하냐고 묻기도 한다. 집전화와 무선전화 비율도 제각각이다. 하루 만에 조사하기도, 일주일 내내 조사하기도 한다. 수많은 조합이 각기 다른 조사결과를 만들어 낸다.


% 대 %. 여론조사를 기사로 풀어내면 이런 복잡성은 가려지고 간결한 매력을 뽐낸다. 어지러운 선거 국면을 요약해 주니 소위 ‘잘 팔리는 기사’가 되어 효자노릇도 한다. 그러다보니 쓰는 사람도 못 믿고 보는 사람도 안 믿는데 지난 한 달에만 여론조사는 33회 발표됐고, 다자와 양자대결을 각각 세면 80개도 넘는다. 대선은 앞으로 6개월하고도 열흘은 더 있어야 치러진다.


여론조사는 제멋대로라는데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당내 리더십이나 경선 등 주요 결정 과정에 여론조사의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정치다. 여론조사를 위한 정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좀 지루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여론조사 뒤의 복잡한 면도 함께 보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독해력을 높이기 위한 기사를 더 많이 써야 한다. 여론조사는 들쭉날쭉하더라도 기자가, 또 유권자들이 가진 여론조사에 대한 지식은 들쭉날쭉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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