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32) 기약 없이… 겹겹이 쌓인 피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600여일이 지났다. 언제쯤 끝난다는 기약도 없는 이 역병의 시간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지난주 취재차 코로나19 전담병동에 한나절 머물렀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음압병실에 들어가기 위해 전신방호복을 입고 있던 내게 병원 관계자는 거듭 걱정의 말을 건넸다. ‘그만큼 사람들이 기피하는 공간이구나.’ 내심 망설였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곳은 모든 게 세상과 분리돼 있었고, 다른 층위의 일상이 존재했다. 우주선 같은 음압병실엔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바삐 오갔다. 복도에서는 연신 환자의 상태 악화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렸다. 확진 환자들은 생사를 오갔다. 철저히 의료진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이곳 일상은 위태로웠다. 숨을 죄던 방호복을 벗고 병실을 나서며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의료진의 힘겨운 얼굴 대신 그들의 하얀색 방호 두건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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