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장사가 언론을 위협할 수는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이 만연한 원인으로 국민 10명 중 8명이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지목했다.(국가인권위원회 인식조사, 2021년) 특히 최근 몇 년 새 심각해진 성별에 대한 혐오표현은 언론이 적극적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성별 혐오 부추기는 보도를 자제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2018년)


세대와 젠더, 인종과 종교, 장애 등 한국 사회는 갖가지 요소들로 혼란한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편을 나누고 나와 남을 구분해 배척하는 일은 온라인의 문화가 됐다. 차별과 혐오가 시민들의 일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사실에 기반한 보도와 균형적인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언론은 현재 저널리즘에 요구되는 덕목들을 갖춰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여론은 ‘그렇지 못하다’라는 반응이다. 한국 사회가 혐오를 극복하는 데 책임이 있는 언론과 정치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히려 혐오를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확한 사실 확인보다는 ‘지르고 보자’는 식의 성급한 보도. 대립 구도를 앞세워 클릭 수를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인 프레임. 구조적인 접근과 분석이 아닌 단순한 대립으로 사안을 치부하는 시각. 언론이 무책임하게 혼란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는 이유들이다.


시대는 획일화 사회에서 다양성의 사회로 옮겨갔다. 신문과 방송이 아니라도 소식을 전하고 담론을 제시하는 수많은 미디어도 등장했다. 감시자 역할이 줄어든 만큼 공감 능력을 발휘해 다양성의 공론장으로서 기능해야 했으나, 언론을 향한 질타를 보자면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잘못된 게이트 키핑과 시대의 감수성에 맞지 않는 보도는 풀어야 하는 숙제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기자의 취재와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세력을 용인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언론을 공격의 대상으로 부각해 존재감을 알리는 ‘혐오 장사’는 인내의 수준을 넘어섰다. 언론사 종사자의 불법 행위와 위법적 행보를 찾기 위해 개설됐다는 사이트에는 기자 개인의 정보는 물론 가족들의 사진까지 불법적으로 수집돼 있다. 기사를 향한 비판을 넘어 언제든 기자를 협박하겠다는 준비로 보인다. 보도에 대한 항의는 독자로서 얼마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도가 기분 나쁘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라는 이유로 공격한다면 이는 언론에 대한 위협일 뿐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고의성과 보복 의도, 회복 불능한 손해는 명확한 기준을 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런 조항을 판단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는 것은 ‘싫은 것’을 ‘틀린 것’이라고 지목해 공론의 장이 형성되는 것을 막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게 하겠다는 협박이다.


‘보도 행태가 괘씸하니 혼을 낸다’는 인식이나 언론 자유를 제한하려는 법안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현상에 언론은 자성해야 한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대의 감수성에 맞는 보도 방식을 찾아야 한다.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감의 목소리, 시대를 분석하는 시각을 기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시대에 맞춰 진보하지 못했다는 자책보다 쓰라린 것은 혐오와 공격의 대상이 된 언론에 공감해 줄 독자들이 많지 않다는 현실이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건전한 쓴소리를 넘어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협박이 될 때 그 피해는 한국 사회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권력 남용과 사회의 누수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의 기본 기능마저 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혐오 장사로 언론을 위협하는 것이 언론 개혁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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