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쓴 제품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 다시보기] 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준일 뉴스톱 대표

연합뉴스 기사가 오늘(8일)부터 포털에서 사라진다. 지난달 말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제휴·제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휴평가위)는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송출한 연합뉴스에 대해 ‘32일 포털 송출 중단’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연합뉴스는 즉각 재심의를 신청했고 제휴평가위는 사상 처음으로 재심의를 받아들였다. 일부 위원은 이번 재심의 결정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으니 언론계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언론계에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홍보대행사 직원이 직접 기사를 쓰고 주요 언론사가 홈페이지를 빌려주는 건 마케팅의 이름으로 해 오던 나쁜 관행이다. 필자가 소속된 뉴스톱도 일주일에 몇 건씩 대행사로부터 기사형 광고 게재 문의를 받고 있다.


뉴스톱은 올해 초 일명 ‘코고리’ 제품의 성능을 팩트체크한 바 있다. 당초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을 위해 개발된 이 제품은 어느 순간 의료기기로 둔갑했다. 업체는 실리콘과 광물질을 나노 분자로 합성해 코고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제품에서 원적외선뿐 아니라 방사선인 감마선이 방출되어 각종 호흡기질환과 코로나19를 퇴치한다고도 했다. 뉴스톱은 기사와 함께 국민신문고에 허위과장 광고로 업체를 신고했다.


업체는 1996년부터 코고리를 판매해 왔다. 이런 허접한 제품이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팔린 배경에는 언론의 홍보가 있었다. 올해 1월 기준 포털 다음에선 30개 매체가, 네이버에선 18개 매체가 수백 건의 코로리 홍보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경제는 네이버에 무려 14회나 코고리 기사를 올렸다. 당연히 업체는 이 기사를 활용해 판촉활동을 해 왔다.


YTN라이프와 머니투데이방송의 홍보영상도 있었다. 방송사 자체 심의에 걸려 해당 영상은 방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업체 측에 홍보영상이 제공되었고 업체는 이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제품 광고에 활용했다. 방송사 로고가 찍힌 영상은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신뢰를 줬을 것이다.


제휴평가위는 오는 10일 재심의에서 연합뉴스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과감하게 예측해보자면 누군가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관계회사의 기사를 자사 기사인 것처럼 포털에 전송해온 조선일보는 고작 이틀 전송 중단 제재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평성 주장은 언론계 인사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가 정지된 의사에게 대부분 면허를 재발급해줬다. 성추행한 의사도, 마약중독자 의사도 다시 의사가 됐다. 그리고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통과됐다. 사람들은 의사집단이 자정능력이 없다고 믿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력하다. 언론은 자정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규범을 만들 것인가, 다 같이 썩은 물에서 놀 것인가. 언론계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10일 제평위 재심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건 최소한의 저널리즘 윤리적 하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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