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LG 취업청탁 리스트 입수

[제371회 이달의 기자상] 조현일 세계일보 사회부 차장 / 취재보도1부문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모두 맘 먹기에 달렸더라.” 아들(고교생)이 취업절벽을 걱정할 때면 희망을 잃지 말자고 응원했다. 이 땅의 모든 부모가 그럴 것이다. LG 채용비리 사건은 그래서 죄질이 몹시 좋지 않다. 국민 대부분은 LG 정도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공정한 룰을 갖췄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재계에서 이미지가 가장 좋은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도 대기업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지난 2019년 겨울, ‘LG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제보를 접하고 소름이 끼쳤다. 비자금 조성, 배임, 횡령, 단가 후려치기, 갑질 등 우리 사회에 삐뚤어진 기업과 기업인의 탈·불법이 어디 한 두 건인가. 하지만 LG 채용비리는 당혹스러웠다. 본사 주도로 사내외 채용 청탁을 접수하고, 수용 여부를 사업본부와 논의하고, 승인이 나면 점수 조작을 불사하고 합격시켰다. 더구나 이들 명단을 인사팀에서 기록, 관리한 것마저 들통이 났다.


‘이 회사는 범단(범죄단체)인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과 패배감 같은 것을 느꼈다. 세상이 이렇게 불공정한 곳인지 미처 모를 수많은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이 책에 파묻힐 때 어떤 ‘힘 센 아빠’들은 아이 목에 사원증을 걸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수사팀을 만났다. 지난주 1심(징역형)은 이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LG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만 40명을 동원했다. 검찰은 길목마다 막아섰고 법원은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만 영장을 내줬다. 그 결과, 명백한 증거를 손에 쥐고서도 수사는 일단락이 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업들 움직임이다. ‘사회적 책무’란 이유로 공개채용을 계속하겠다는 삼성과 달리 현대차, SK 등은 수시채용으로 전환 중이다. 이제 채용비리는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행위와 뒤섞여 규명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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