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쿄 올림픽 때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사람은 유도 73kg급 안창림 선수다. 동메달을 땄을 때 한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때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 말은 ‘일본 귀화 거부’라는 말이었다. 안창림 선수는 재일코리안 3세로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가 대학 시절에 한국에 건너와서 한국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유망주였기에 귀화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거절하고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일본 출신 선수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건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런데 ‘일본 귀화 거부’ 때문에 영웅처럼 보도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안창림 선수는 조선학교 출신이다. 이번 달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몽당연필’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이 열려서 나도 참여했다. 거기서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가 안창림 선수 관련 발언을 하면서 ‘선별적 수용’이라는 말을 썼다. 그것이 바로 내가 거부감을 느낀 이유다. 권 교수는 ‘선별적 수용’이라는 말을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데 드러나는 현상’이라는 문맥으로 썼다. 거꾸로 말하면 ‘선별적 거부’도 있는 것이다. 안창림 선수가 한국 국적을 지킨 것 때문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는 것은 일본에 귀화한 재일코리안들이 ‘선별적 거부’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재일코리안에 대해 ‘일본에서 차별을 받으면서도 한국 국적을 지켰다’는 점을 평가하고 그것이 애국심의 상징처럼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본은 혈통주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부모의 국적을 따르게 돼 있다. 한편 출생지주의의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가 한국 국적이어도 태어난 나라의 국적이 부여된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부모의 나라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재일코리안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1세들은 ‘언젠가 조국에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2세 이후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란 세대는 앞으로도 자신과 자신의 자손들이 일본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고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창림 선수는 올림픽 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인의 말로 솔직한 심정을 전달했다. 안창림 선수는 일본에서도 차별을 받았지만 한국에 와서도 일본 출신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절대 편견을 갖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국적과 애국심을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병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안창림 선수 관련 보도를 보고 가장 놀랐던 건 안창림 선수에게 병역특례가 적용된다는 뉴스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란 재일코리안이 병역 대상이라는 것에 놀랐다.
2000년대 초반 내가 한국에 유학했을 당시도 주변에 재일코리안 남자 유학생들이 많았지만 군대에 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알아보니까 병역기피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있어서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특별영주자’인 재일코리안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건너간 사람들과 그 자손들이다. 그들이 일본에서 사는 이유는 식민지배가 배경이 있는 것이지 병역기피는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몽당연필 등 여러 단체가 한국정부에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고 하는데 널리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