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프로다움'이 생명이다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용일 스포츠서울 체육부 기자

김용일 스포츠서울 체육부 기자

“우리 때는 운동만 잘해도 사랑받았지. 경기 외적인 일은 내부에서만 알지 밖에서는 몰랐으니까. 요즘 후배들은 말, 행동 모두 조심해야 하는 시대야. (중략) 선배들 책임이 크다고 봐. 아직도 여러 지도자는 경기력 얘기만 하니까.”


몇 년 전 점심 자리에서 만난 한 원로 체육인은 여러 프로 종목 선수가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려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 주요 종목은 초창기와 비교해서 양적, 질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종목의 성장 속도에 맞지 않게 ‘프로답지 못한 선수’가 꽤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 프로야구 선수는 팬의 사인요청을 무시하고 지나갔다가 큰 비판을 받았고, 몇몇 선수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원정 숙소를 이탈해 외부인과 음주를 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프로축구 일부 선수는 시즌 중 음주운전과 불법 사이트 도박을 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사건에 연루된 선수 중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이들의 일탈은 대중에게 비난받을뿐더러, 해당 종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까지 심는다. 학창 시절 폭력 가해 논란으로 여자 프로배구계에서 쫓겨났다가 사과 한마디 없이 그리스 무대에 진출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행보는 국정 감사에도 화두가 될 정도로 대중에게 끼친 충격파가 어마어마했다.


각 종목 복수의 단장, 사무국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선수가 연봉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개념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로스포츠는 아마추어 스포츠와 다르게 영리를 추구한다. 여기엔 선수(경기력), 미디어, 팬, 기업(스폰서) 등 4가지 구성 요소가 있다. 선수는 경기력 증진 뿐 아니라 팬, 미디어, 기업에 경쟁적으로 어필하고 가치를 끌어올려 리그 선순환구조에 앞장서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래서 선수 연봉엔 경기력 외에 팬 서비스 등 마케팅적 가치 등이 담겨 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선수 또는 선수의 대리인은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할 때 여전히 경기력 얘기만 늘어놓는다.


원로 체육인이 자책한 것처럼 선배의 책임이 크다. 아직도 여러 지도자는 소속 구단이 지역 사회공헌 마케팅 목적으로 일부 선수를 활용하려고 하면 “훈련해야 한다”며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미디어와 팬을 상대로 한 인터뷰나 사인도 선수가 귀찮아서 안 하면 그만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한국 체육 깊숙이 뿌리 박힌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와 맞물린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대중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많은 정보와 이슈가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프로 선수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높아졌다. 프로스포츠 구성원 모두 경기력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프로다움’을 되새기며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다.


선수 연봉을 전년도 성적으로만 책정할 게 아니라 팬, 지역 사회에 공헌한 부분도 아울러 평가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래야 프로가 존중받고, 대중에게 지속해서 사랑받아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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