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76년 만에 되찾은 웃음, 원폭 피해자 2·3세대 지원 이끌어내다

[제372회 이달의 기자상] 이광희 경기일보 경기ON팀 기자 /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광희 경기일보 기자

경기도가 원폭피해자 지원 대상을 3세대까지 확장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하던 날, 박상복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장은 ‘운수대통(運數大通)’을 언급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본보 경기ON팀의 심층보도에 이어 경기도의 후속 대책 소식을 접한 원폭피해자들이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던 모습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원폭피해 1세대들의 유지를 잇고자 칼바람 부는 폐건물 속 협회 사무실을 지키는 후손의 외로운 투쟁을 지켜봤기에 이번 성과는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은 76년 전 일본에 강제 징용돼 직접 원폭 피해를 입은 1세대뿐 아니라 그들의 후손인 2·3세대까지 보살펴야 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만삭의 아내를 뒤로하고 일본에 끌려와 인권을 유린당한 한국인 징용공과 피폭 유전으로 의심되는 병마로 평생을 고통받은 후손에 대한 조국의 당연한 책무다.


논의의 장은 마련됐다. 본보가 주최한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좌담회에서 제안된 ‘생활지원금 지급’, ‘추모제 및 기념사업’, ‘의료 지원’ 등은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70%는 2·3세대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 공감대도 형성됐다. 남은 건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다. 기자에게는 올해 첫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가 자라 ‘아빠, 국가는 무슨 일을 해요”라고 질문하는 날이 오면 꼭 대답해주고 싶다. “국가는 우리 국민의 삶을 정성껏 보살핀단다. 억울한 희생을 당했던 원폭피해자의 삶을 끝까지 책임진 것처럼.” 내 조국 대한민국이 원폭피해자와 후손의 아픔을 보듬어 후대 자랑스러운 국가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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