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보도가 본격화되었으니 이제 1년 10개월이 지났다. 시민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백신접종률이 국민의 70% 이상이 되면서 정부의 방역 체계도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내달 1일부터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쯤에서 언론도 그간의 코로나 보도를 숨 고르고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집단감염 발생원, 확진자 동선, 시민들 사이에 유통되는 허위정보에 대한 검증과 해명으로 숨가빴던 한편, 자영업자의 생활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뒷바라지,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등이 매일 지면과 방송 화면을 채웠다. 분명 중요한 일들이다. 특히 사회부 사건 담당 기자들과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담당 기자, 의학전문 기자들의 과중한 업무 강도는 지면이나 화면의 보도만으로도 짐작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매일의 보도를 보며 아쉬움이 남는다. 그간의 코로나 보도가 체계적으로 쌓이지 않고 낱낱이 흩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매일 코로나 보도가 쏟아지지만, 데이터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기왕의 보도들이 아카이브가 되었는가.
최근 다른 나라 언론의 코로나19 보도를 비교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아래에서 위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CNN의 코로나 바이러스 섹션 중 ‘You asked, we are answering’은 그 한 예다. CNN은 시청자들로부터 15만개 이상의 코로나19 관련 질문을 받아 이를 주제별로 분류한 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질문했고, 신속한 답변이 요구되는 것들에 응답하고 있다. ‘왜 아이들에게 백신 시험을 할 때 몸무게가 아니라 나이로 그룹을 구별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CNN의 담당자는 전문가를 인용해 ‘혈류를 통해 퍼져나가는 항생제 등과 달리 백신은 림프샘을 통해 흡수되는 것이기 때문에 몸무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민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질문이 무엇인가에 귀 기울이고, 이를 별도 섹션으로 운영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송 메인 뉴스나 신문 지면으로는 이러한 질문들을 다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각사의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에 관해 별도의 페이지를 운영하며,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소통이 가능하려면 코로나19를 총괄하는 데스크를 두고, 코로나19와 관련된 사건들에 대한 개별적인 보도를 넘어서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취재기자들의 지식수준에 따라 보도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뉴스룸 전체가 코로나19에 대한 최신 과학정보 등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올해 8개국의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정보를 어디서 주로 얻느냐’는 질문에 대해 ‘언론에서 얻는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이 한국이다.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언론에 기대고 있다. 언론의 감시견 역할은 핵심적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무엇이 정확한 정보인지 갈급하게 찾는 시민들에게는 감시견 못지않게 해법을 제시하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은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불안한 시민들에게 좀 더 친절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