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대이다. 선거 때다 보니 더 그렇다. 하지만 논의는 쳇바퀴를 돌리는 느낌이다.
여당 사람들은 포털 문제를 주로 언급한다. 확실히 요즘은 흥미에 치중한 포털용 기사가 너무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시덥잖은 입씨름을 논란과 갈등의 구도에 가둬 대단한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거나, 해외의 엽기적 사건을 낚시성 제목을 달아 소개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부분 기사가 실린 매체의 소속 기자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도 의심스러운 수준의 ‘저질’이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정치권 이슈가 잘 팔린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이나 지식인 셀럽들의 SNS 발언을 전하는 기사가 많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경우 단 두 문장만 써도 기사가 나온다. 제한된 소스로 각자 기사를 내다 보니 서로 차별화하기 위한 ‘낚시’ 경쟁도 치열하다. 여기서 제목에 빠짐없이 ‘침묵 깬’이란 수식을 넣는 언론사도 있다. ‘침묵 깬 진중권’이 뭘 했다고 하면 왠지 관심이 가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포털을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까? 뉴스 유통 경로가 SNS나 유튜브로 바뀔 뿐 똑같은 일은 계속될 것이다. ‘포털 종속’이 아니라 ‘클릭 수 종속’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클릭’은 인터넷 환경으로의 변화에 수반한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핵심은 ‘정화’가 아니라 ‘적응’에 있다. 언론 환경을 망치는 어떤 사악한 존재를 때려잡는 게 아니라, 언론이 주어진 조건에 어떻게 ‘바람직한’ 방식으로 적응할 것인지, 선순환이 가능한 생태계를 스스로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문제란 얘기다.
그러나 여당의 ‘포털 종속’ 스토리는 결국 자기들에 정치적으로 불리한 기사가 검증 없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수렴된다. 정권이 재창출되면 더 나은 언론 환경의 조성이 가능해질까? 문재인 정권 4년을 돌아보면 그런 믿음은 갖기 어렵다.
언론 개혁 또는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정권교체’를 외치는 보수야당은 믿을 수 있는가? 과거에 공영방송 장악을 직접 기도했던 사람들이 이제 독립을 외치는 아이러니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당장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이 고발사주 의혹을 다루는 태도를 보라. 채널A사건과 고발사주 의혹은 그 자체로도 검찰이 정치 권력과 반목하거나 결탁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부적절하게 활용한 사건임을 부인할 수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이 인터넷 매체의 보도는 믿을 수 없다며 사건의 본질을 국정원이 개입한 ‘제보사주’로 규정한 것은, ‘검언유착’을 ‘권언유착’으로 뒤집으려 한 시도의 재판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 정권’에서 이런 일은 일상이 아니겠는가.
같은 당 소속의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은 일부 공영방송의 통폐합과 단계적 민영화라는 시대착오적 공약을 내걸었다. 모든 언론의 공영화도, 모든 공영방송에 대한 일방적 민영화도 정답은 아니라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얘기다. 정치인들이 기본도 안되는 얘기를 자꾸 꺼내 드는 건 선거에서의 유불리가 최우선적 판단 기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언론사가 ‘클릭 수’나 광고, 나아가서는 정파성에 종속되는 것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현직 기자가 부업으로 부동산 개발에 손을 대고, 그가 소속된 언론사 사주가 ‘50억 클럽’의 일원으로 거론되는 현실에 다들 심드렁한 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이거야말로 언론 개혁과 정상화를 말하는 우리 모두가 사실상 본질을 가리는 데 일조하는 공범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