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지인들과 연락하면 “한국은 코로나가 심각한 것 같은데 괜찮아요?” 라고 걱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0명대까지 늘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예상 범위 내인 것 같다.
일본은 8월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5000명을 넘었는데 최근 들어 급감해서 100명대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 급감의 원인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백신 접종률도 높은 한국에서 왜 확진자가 늘어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과 일본 보도의 온도차이를 느끼는 일은 적지 않다. 그 차이에 가장 놀랐던 건 2017년 4~5월쯤이다. 이 시기 북한이 여러 번 미사일을 발사하고 일본에서는 미사일 발사 시 피난 매뉴얼을 만들고 실제로 대피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었다. 한편 북한에 비교적 가까운 일산에 사는 나는 아무 변화 없이 살면서 일본에서의 난리를 당황스럽게 보고 있었다. 엄마는 전화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일본에 돌아와”라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미사일보다 미세먼지가 더 무서웠다. “북한은 괜찮을 것 같은데 목이 아파”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 해 4월말에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에 오기로 했던 일본 지인한테 “정말 개막하는 거에요?”라는 확인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영화제도 열리지 못할 정도로 한국에서 긴장감이 높아진 것처럼 보도됐던 모양이다. 물론 전주영화제는 평화롭게 개최됐다. 일본에서는 특히 북한의 위협을 강조해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내년 한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여러 문제를 지적 받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 건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총리를 직접 선거로 뽑을 수 없기 때문에 이웃나라의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정권교체가 거의 없는 일본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바뀐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야당 후보가 유력하다는 뉴스가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어느 후보가 더 문제가 많은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사실 문재인 정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 문제 등 정치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나 또한 월세로 살고 있는데 최근 월세가 올라 부담을 느끼고 있다. 주변 친구들이 전세가 올랐다며 이사하는 걸 보면 ‘빈부 격차’를 실감한다.
일본에서 한국 대선 후보에 관해 주목하는 것은 역시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다. 일본에서는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가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보도가 많다. 한국 보도를 보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것을 한국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최근 나에게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다. 선진국인지 아닌 지보다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불리지만 일본에서 젊은 시절을 지낸 한 사람으로서 별로 희망을 느끼진 못했다. 이제 사회에 나가는 젊은 사람들이 직업이나 결혼, 출산 등을 얼마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지. 한국의 출산율 저하는 하나의 지표인 것 같다. 투표권은 없지만 이웃나라에서 온 외국인으로서 다음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과 젊은이들이 미래에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