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다음 뉴스 서비스를 전면 개편한다. 기존 알고리즘 추천·랭킹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종료하고 구독 모델로 전환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뉴스 이용자의 선택권과 언론사의 편집권 존중을 내세우며 구독형 서비스를 강화해왔는데, 뉴스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들은 이번 개편을 포털의 뉴스 포기 본격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24일 콘텐츠제휴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다음 뉴스 서비스 개편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주요 내용은 뉴스 추천 알고리즘과 랭킹 폐지, 구독 서비스인 ‘뷰’ 도입이다. 현재 다음 모바일과 PC 메인 화면엔 카카오의 뉴스 AI ‘루빅스’가 추천하는 뉴스 페이지와 ‘많이 본 뉴스’ 등의 랭킹 탭이 배치돼 있다. 개편에 따라 다음 모바일에선 내년 1월부터 지금과 같은 화면이 사라진다. PC는 내년 상반기 중 적용한다.
뉴스 추천과 랭킹이 빠진 자리엔 현재 카카오톡에서 서비스 중인 뷰가 들어선다. 카카오가 지난 8월 출시한 뷰는 누구나 에디터가 돼 콘텐츠를 발행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뷰 에디터들은 각자 만든 ‘보드’에 자신의 콘텐츠를 담아 구독자를 모은다.
개편안이 적용되면 다음 메인 페이지엔 △이용자가 구독 중인 리스트 ‘My뷰’ △구독하지 않은 여러 보드를 보여주는 ‘발견’ △콘텐츠제휴 언론사들이 발행한 보드를 추천하는 ‘뉴스’ 탭이 새로 생긴다. 언론사를 포함한 뷰 에디터는 개수의 제한 없이 보드를 만들 수 있지만, 뉴스 탭에선 언론사당 1개 계정만 서비스할 수 있다. 보드에 담긴 콘텐츠는 아웃링크 방식으로도 제공한다.
이번 개편에 언론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카카오는 2년 전부터 ‘구독형 서비스로의 전환’을 지향하면서 언론사들이 생산한 기사에서 힘을 빼는 방식으로 뉴스 개편을 추진해왔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의 여론 조작 논란, 댓글 공간 논란,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 논란 등 포털의 책임론이 커질 때마다 해당 서비스를 폐지했다.
한 방송사 디지털담당 간부는 “그간 과정을 보면 뉴스 때문에 욕먹기 싫으니 손 떼겠다는 거였다. 계속 그 방향으로 가고 있었고 이번 개편으로 정점을 찍은 것 같다”며 “언론사 입장에선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느낌이다.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도 결국 뉴스 포기 선언을 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실제 카카오의 뉴스 개편은 네이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카카오가 2019년 10월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자 이듬해 네이버도 같은 서비스를 폐지했다. 2020년 2월 카카오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폐지 이후 1년 만에 네이버도 이를 종료했다. 한 일간지 디지털부서 팀장은 “카카오에서 들어오는 수익이나 트래픽은 네이버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정도다. 다만 이번 개편으로 네이버 중심의 포털 뉴스 환경이 급변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포털 환경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먼저 카카오와 네이버의 뉴스 제휴·제재를 심의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다음달부터 다음 뉴스 페이지는 콘텐츠제휴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 없이도 운영된다. 언론사가 아니어도 보드를 발행할 수 있고 곧바로 다음 메인 화면에 노출되다 보니 사실상 제평위 심사를 통한 추가 입점이 필요하지 않다. 기존 콘텐츠제휴사들도 아웃링크 방식을 적용할 수 있어 카카오에선 제평위의 제재가 무의미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평위 구성 자체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평위는 언론현업단체와 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15개 단체가 추천한 위원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카카오가 더 이상 제평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제평위의 성격은 한 사기업(네이버)의 자문기구로 격하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 관계자는 제평위 참여 여부와 관련해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변화가 예고된 포털 환경에서 이제 언론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뤄왔던 탈 포털 전략 수립과 자체 플랫폼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오세욱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카카오의 개편 방향은 자연스럽게 네이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언론사들은 더 이상 포털 탓을 할 수 없다. 자체적인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건지 지금부터 고민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