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딸을 잃고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부모가 기자들에게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합니다. “우리 아이 얼굴에 모자이크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2022년을 시작하며 지난해 취재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공군 성폭력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예람 중사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밝고 활달한 성격의,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을 좋아하던 평범한 20대 여성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빈소에서 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이 뚝뚝 흘렀습니다. 성폭력은 피해자를 너무나도 무력하게 만듭니다.
딸을 너무나도 허망하게 보낸 부모는 자식의 사진을 들고 기자회견 연단에 올랐습니다. 이 아이를 기억해 달라고.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다고 말입니다.
군사법원은 성폭력 가해자 장모 중사에게 1심 징역 9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군검찰이 구형했던 징역 15년형에 비해 6년이나 낮아졌습니다. 장 중사는 항소했습니다. 2차 가해자로 지목된 노모 준위는 혐의를 부인하며 “아직도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들 합니다. 자세히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잊지 않고 계속해서 얘기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