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UAE의 이유있는 협력

[글로벌 리포트 | 중동] 원요환 YTN 해외리포터(UAE)·현 A320 조종사

원요환 YTN 해외리포터(UAE)

지난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로 처음 비행했을 때의 일이다. 가는데 약 4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미리 항로를 점검하던 차에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베이루트 인근에서 직선거리를 놔두고 빙 돌아서 가는 것이다.


궁금증은 옆 나라가 어디인지 보고 해소됐다. 바로 이스라엘이었다. 중동항공기들이 이스라엘 영공을 통과할 수 없기에 이를 피하고자 먼 거리를 돌아가게 됐고 이 과정에서 시간과 연료를 더 소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조종사들의 국제 공지사항인 NOTAM(Notice To Airmen)에도 ‘이스라엘 영공비행은 금지’라고명확히 해놨다.


이렇듯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던 중동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8월 아랍-이스라엘 데탕트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9월에는 바레인까지 참여해 백악관에서 UAE, 바레인, 이스라엘이 협정식을 가졌고 이어 수단과 모로코도 이스라엘과 국교수립을 선언했다. 협정식의 이름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한 뿌리 조상인 ‘아브라함’으로 명명했다.


그 뒤 전통적인 아랍-이스라엘 관계가 깨지고 서로 대폭적인 협력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UAE와 이스라엘 대사관이 수도인 아부다비와 텔아비브에 문을 열고, 양국 국민은 비자 없이 90일까지 체류가 가능해졌다. 역사 이래 처음으로 생겨난 두바이-텔아비브 항공편은 코로나19 시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수십만 명이 이용했다.


경제와 안보분야에서도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가 돼 가고 있다. UAE는 이스라엘에 올해 100억달러 넘게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UAE 정보기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서로 합동 군사훈련에 참여했고 11월엔 UAE, 바레인, 이스라엘, 미 중부사령부 등이 다자 해상훈련을 했다.


올 3월 말까지 열리는 두바이 국제 박람회(엑스포)에서도 이스라엘 전시관에 아랍인들이 몰리고 있다. 필자도 궁금해서 지난 엑스포 방문 때 들어가 봤는데, 커다란 무대에서 사회자가 나와 이스라엘의 첨단과학 성과를 자랑하면서 앞으로 아랍세계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세상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양국의 광폭적 협력 행보에 대해 UAE 시민들은 떨떠름하면서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변화에 놀라고 있다. 사실 아랍사람들에게 있어 이스라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다. 이스라엘 태동 이후로 아랍인들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었으며, 이스라엘 입국 자체로 처벌받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통적 관계에 변화가 보인다. 한 아랍 친구에게 최근 이스라엘에 대해 묻자 “아랍세계에서 이스라엘은 사실 아직도 금기어”라면서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처럼 무작정 미워하기보다는 실용적 접근을 하길 원한다. 첨단기술, 인공지능, 핀테크 등 이스라엘에 배울 점도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UAE 정부에선 아직까지 이스라엘과의 협력관계를 대대적으로 광고하기보단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협력을 이어가는 쪽을 택한 것 같다.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워지면서 서로 협력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협력관계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UAE와 이스라엘의 협력은 외교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여기엔 미국이 슬슬 중동에서 발을 빼려 하고 옆 나라 이란이 급격하게 군사력을 키우면서 이에 따른 긴장감이 조성되자 더 이상 예전처럼 반목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외교관계와 논리를 다 제쳐두더라도, 이와 같은 연대와 협력관계가 반가운 것은 우리 모두 군사적 긴장감으로 하루하루 불편하게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랍세계가 대패한 6일전쟁(제3차 중동전쟁)이 끝난 지 6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아랍세계와 이스라엘은 일시적 연대를 넘어 확고한 동맹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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