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출구조사, 어떻게 '족집게' 예측했을까

지상파-JTBC 예측 미세하게 달랐던 이유

'47.8% 대 48.4%'

지상파 3사(KBS·MBC·SBS)는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단 0.6%포인트 차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0.8%포인트)를 벗어나지 않은 수치였다.

통상 개표율이 20%를 넘어서면 당선자가 확실해진다고 한다. 5년 전 제19대 대선 당시 지상파 3사는 개표를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에, 개표율이 10%도 되지 않은 시점에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확실시했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역시 실제 선거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1.1%였고, 출구조사와는 0.3%포인트 차이였다.

반면 이번 대선에선 출구조사 결과부터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초접전을 벌였다. 섣불리 당선자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엎치락뒤치락 끝에 첫 '유력' 발표는 선거 이튿날 새벽에야 나왔다. KBS는 이날 새벽 2시15분경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고, 3시가 넘어서자 '확실'을 발표했다. 뒤이어 이재명 후보가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 지상파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윤석열 후보(48.4%)가 이재명 후보(47.8%)를 0.6%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선거 결과에서도 윤 후보가 0.73%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SBS 개표방송 화면

선거 결과는 이재명 후보 47.83% 대 윤석열 후보 48.56%, 윤 후보의 당선이었다. 두 후보 간 표 차이는 24만7077표로 헌정 사상 최소 격차다.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이번 대선에서도 '족집게'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을 뿐 아니라 득표율도 1%포인트 이내에서 적중했다. 지상파 3사와 한국방송협회가 만든 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 조사기관 3곳(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은 역대 선거와 출구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선거법상 출구조사를 할 수 없는 사전투표의 경향성을 최종 결과에 어떻게,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건이었다.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36.93%였다. 최종 투표율(77.1%)을 고려하면 투표자의 절반가량이 사전투표를 한 셈이다.

KEP 위원장인 최선호 SBS 선거기획팀장은 "사전투표 표심을 얼마나 정확하게 추적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며 "그간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대선에서 진보성향 유권자는 10명 중 6명, 보수성향은 10명 중 3명 정도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봤다. 3사, 방송협회, 조사기관, 자문단이 계속 스터디하면서 '감으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는 대규모 여론조사였다. 사전투표 직후인 지난 6~7일 1만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진행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여기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답한 5100명 중 이재명 후보 지지자는 51.7%로, 윤석열 후보(44.7%) 보다 7%포인트 많았다. 진보성향 유권자가 사전투표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성을 반영해 최종 출구조사에선 윤석열 후보의 0.6%포인트 차 신승을 예측했다.

조사 주관사 입소스의 이찬복 본부장은 "그동안 사전투표 예측은 선관위가 제공하는 성별과 연령 등 구성비를 분석해 적용했는데 최근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특히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예측치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대선에서 투표자의 성향을 골고루 반영하기 위해 대규모 전화조사를 했다. 열심히 준비하기도 했지만 오차 범위 내에서 실제 결과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 덴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TBC 뉴스룸이 10일 보도한 '출구조사 '초접전' 예상은 동일…사전투표 반영서 미세 차이' 리포트 화면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정교한 보정 작업을 거쳐 내놓은 결과였지만 지상파 3사와 조사기관은 개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JTBC가 단독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선 이재명 후보(48.4%)가 윤석열 후보(47.7%)를 0.7%포인트 차이(오차범위 95%의 신뢰 수준에 ±1.2%포인트)로 앞섰다. 전국단위 선거에서 지상파 외에 출구조사를 한 언론사는 JTBC가 처음이었다.

김현석 KBS 선거기획단장은 "선거방송에서 출구조사 예측치를 내는 게 제일 가슴 떨리는 일이다. 1위·2위가 다르긴 했지만 저희나 JTBC 조사 결과나 통계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더 긴장감이 컸다"며 "자체 당선 예측 시스템 '디시전K'가 처음부터 변동 없이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긴 했지만 개표 내내 초접전이어서 당락을 판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와 JTBC는 초박빙 승부를 동일하게 예측했다. 다만 출구조사 투표소·응답자 수 규모 차이, 사전투표 경향을 반영한 대규모 여론조사 시행 여부 등이 최다 득표자 예상을 엇갈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1만4464개 투표소 가운데 지상파는 330곳에서, 조사원 1671명을 투입해 투표자 7만3297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했다. JTBC는 지상파 조사 규모의 절반 수준인 140개 투표소에서 약 4만명을 조사했다. 두 조사 모두 선거 당일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 5명당 1명씩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이다.

JTBC 뉴스룸은 지난 10일 <출구조사 '초접전' 예상은 동일…사전투표 반영서 미세 차이> 리포트에서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가 난 이유를 설명했다. JTBC 역시 사전투표자의 투표 성향을 반영하기 위해 별도 조사를 실시했고, 지상파 3사와 같은 방식으로 결과값을 보정했으나 여론조사 샘플과 출구조사 대상이 된 표본 투표소 개수에 따라 오차범위가 달랐다는 것이다. 본 출구조사에서 지상파 3사의 오차 범위는 ±0.8%포인트, JTBC 조사는 ±1.2%포인트였다.

이주찬 JTBC 보도지원팀장은 "그동안 지상파만 출구조사를 해왔는데 시청자의 시청권과 정보권 차원에서 저희도 큰 자원을 투입해 도전을 해본 거다.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지만 또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었다고 본다"며 "이번 조사의 한계를 보완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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