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어퍼컷 퍼포먼스는 대선 유세로 끝났다. 국가운영은 권투 경기처럼 상대를 꺾어야 승리하는 게임이 아니다. 특히 초박빙의 대선 투표 결과는 내편 네편 갈라치기 분열정치를 종식시키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국민통합이란 엄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두 달 뒤면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처럼 왜곡된 언론관을 보여서는 안 된다. 언론을 향해 수시로 어퍼컷을 날려 아직도 어질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겨냥해 “민주당 정권의 전위대는 강성 노조이고, 그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편향된 시각은 공영방송 문제에서도 보였다. 작년 12월 관훈토론회에서 공영방송 독립성 요구에 대해 “독립시켜줬는데 그 안에서 특정 세력이 잡아서 방송의 진실성이나 객관성이 떨어진다면, 독립이 뭐가 중요하겠나”라고 말했다. 공영방송 독립성이 낙하산 인사를 통한 방송장악을 차단하기 위한 구성원의 오랜 바람이었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노동조합을 마치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세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여야 정치권이 이사 추천권을 행사해 온 관행을 깨는 것이 급선무다.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 있는 ‘사극 의무 제작’ ‘메인 뉴스에서 국제뉴스 30% 이상’처럼 편성 자유를 침해하는 식으론 곤란하다.


윤 당선인은 언론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언론피해 구제책인 ‘통합형 자율규제기구’에 부정적이며 법적 처벌을 더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TV토론에서 “사법적 재단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법적 절차에 따라 혹독하게 책임을 물어왔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를 강력한 처벌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런 생각은 ‘언론사 파산’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TV토론 이틀 뒤 “법원이 강력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다면 언론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면 공정성 문제는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민주당이 추진했던 징벌적 손배를 핵심으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던 모습과 배치됐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도 “가짜뉴스·악의적 왜곡 등의 문제는 자율규제를 통해 해결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모든 조직화된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자유 보장”을 약속했다. 자율규제와 강력한 처벌 중 어느 쪽이 진심인지 알 수 없다.


국민통합 열망을 안고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 문 정부 언론정책은 산적한 과제를 손 놓고 방관하다시피 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헌신짝처럼 버렸고, 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이라는 요구도 내팽개쳤다. 문 대통령이 기자들과 소통했던 기억도 아득하다. 집권 초 국정홍보를 위해 현란했던 이벤트를 했던 때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불통으로 치달았다.


윤석열 당선인에게 바란다. 힘과 법으로 언론을 제압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더 이상 ‘검사 윤석열’이 아니다. 수사하듯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언론과 소통을 늘리길 당부한다. 언론의 비판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권력과 언론은 불편한 관계다. 언론의 견제와 감시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생각이 다르다고 배제하고 적대감을 드러내선 증오와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프랑스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는 “사람들을 통치하고자 할 때는 그들을 몰아세우지 말고 뒤에서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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