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와 함께 분주했던 특별 모니터 기간도 끝났다. 대선을 앞두고 26개 언론·시민단체가 꾸린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충북지부 소속으로 선거보도를 집중 모니터했다. 지난 2월7일부터 대선 직후까지 지역종합일간지 4곳과 지상파 방송 3사의 선거 관련 보도를 매일 살피고 주1회 모니터 보고서로 정리했다. 언론은 이번 선거를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정의했으나 민주주의의 꽃인 대통령선거가 최악으로 치달은 건 분명 언론의 탓도 크다. 선거보도를 살핀 결과, 전반적으로 기사에서 정책과 의제가 완전히 실종되고 유권자에게 도움 되지 않을 내용이 보도의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가 살펴본 중 가장 심각한 건 사돈의 팔촌 연고까지 지역으로 끌고 오는 후보들과 이러한 행태를 그대로 받아쓰는 지역언론이었다. 대선후보가 지역 유세마다 연고를 앞세우며 구태의연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건 그간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를 비판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건 언론이다. 이번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보도에서 “충북의 사위”, “충청의 아들” 등 후보와 지역의 인연을 강조하는 표현과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충주 유세 보도는 특히 심각했다. 이 후보는 충주에 처가가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유세를 이어갔고, 지역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건조하게 지역 유세 사실을 전하는 언론도 일부 있었으나, 후보가 연고를 강조하는 발언을 불필요하게 전부 중계하고 이를 온정적으로 그린 언론도 여럿 있었다. 한 방송사의 리포트에서는 ‘처갓집’, ‘사위’, ‘씨암탉’ 등의 표현이 수차례 등장했고, 보도 내내 이 후보가 처가를 방문한 건지 선거 유세를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내용과 장면이 그대로 전달됐다. 선거 보도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부친의 고향이 충남인 점을 내세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현 당선인) 유세 역시 “충청의 아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지역에 보도됐다. 충북지사 출마설이 돌고 있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버지 고향이 충북 영동이라는 이유로 “충북의 딸”로 호명됐다. 이런 식이면 후보자와 연고가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것이다. 도대체 이런 보도가 대통령감을 판단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 알 수 없다.
윤 후보가 당선된 이후, 충북 지역 득표율이 높았다는 보도에는 “사위보다 아들 손 들어준 충청”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언론의 일이라지만, 지역민을 고작 연고를 이유로 대통령을 뽑는 사람들로 여기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 누구의 아들이라 뽑은 적 없다. 지역 유권자 개개인이 나름의 판단을 한 결과일 터다.
아마 언론사들은 국민이 이런 기사를 좋아하고 원한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내 생각은 다르다. 훌륭한 보도를 접해보지 못한 시민의 빈약한 상상력은 언론이 만든 것이다. 질 좋은 보도를 많이 접해봐야 좋은 기사를 판별하고 요구하는 선구안도 생기지 않겠는가. 그 와중에 약자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살핀 지역의 몇몇 기사가 우리에게 위안이 되었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때는 언론이 내놓은 기사를 보고 지지할 정치인을 고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