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8년, 언론은 얼마나 달라졌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여덟 번째 봄이다. 전남 진도 인근 참사 해역과 목포 신항, 경기 안산 등지에서 시민들은 세월호 8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현장을 찾은 취재기자들의 수는 매년 줄었고, 기사 내용은 간결하며 짧아졌다.


시의성을 따지는 언론의 특성상 시간의 흐름과 중요도는 반비례한다지만, 우리는 8년 전 세월호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곳에서 어떤 보도를 했었는지에 대한 반성이다.


‘전원 구조’ ‘지상 최대의 구조 작전’. 정부 발표를 받아 쓰는 속보 경쟁에 집단 오보를 냈던 언론의 관행은 얼마나 개선됐는가. 당시 실종자와 유가족들이 언론을 불신했던 원인은 지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여과 없이 베껴 쓰기만 하거나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서 보도하는 기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뉴스스탠드에 노출된 기사 목록을 보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기자협회보가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73개 언론사의 지난해 페이지뷰(PV)를 분석해 보니 100만 뷰를 넘긴 기사들은 연예인 관련 논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내용을 가지고 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4년 비극적인 재난 상황에서도 속보와 선정성으로 트래픽 경쟁을 했던 우리는 8년 후 디지털 환경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더욱 심화된 알고리즘 노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언론이 혐오를 전달하는 매개로 기능하고 있는 점도 고쳐지지 않았다. 분석과 비판을 담지 않은 인용 보도는 혐오 표현을 확산하는 결과를 부른다. 하지만 정제하지 않은 채 단지 말을 옳기는 식의 기사 구성과 조회 수 목적의 자극적인 제목 뽑기는 그대로다. 사회 문제와 약자에 대한 공격을 마치 이분법적인 분쟁인 것처럼 포장하는 정치권의 수사를 그대로 쓰는 관행도 멈추지 않아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수준이 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보도준칙이 제정됐지만, 추측만 전달하는 듯한 과잉 보도로 현안을 묻히게 하는 악순환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국면에서 언론은 방역과 백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핵심으로 다루다가도 음모론과 정파적 보도에 주요한 위치를 내주는 순간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상처를 입은 기자의 트라우마도 방치돼 있다. 2014년 숙명여대에서 세월호 참사를 취재한 언론인 270명의 심리적 외상 정도를 조사했을 때 45.9%가 심각한 상태였다. 세월호는 기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던 현장이기도 했지만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최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가 기자협회 회원 544명에게 물었더니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은 근무 중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했다. 취재 과정뿐 아니라 보도 이후 반응과 조직 내부 갈등으로도 심리적 부담과 고통을 경험하지만, 이는 취재나 보도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개인적이고 주변적인 문제로만 남아있다.


2014년 진도를 찾았던 사건팀 막내가 이제 10년차 기자가 돼 세월호 기사를 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독자는 이제 대학생이 돼 세월호 기사를 읽을 것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침몰 소식을 들었던 4월16일, 그날 우리는 각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대체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의 보도 역시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4월. 우리는 다시 한번 반성하며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독자들에게 현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기본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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