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위기에 처한 한국의 강

[이슈 인사이드 | 환경]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처음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지난해 12월쯤이다. 중랑천의 풍경이 이전의 겨울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 내 3곳뿐인 철새보호구역으로, 산책만 해도 숱한 겨울 철새를 볼 수 있었던 중랑천과 중랑천·한강 합수부에서 보이는 새들의 수가 예전 같지 않아 보였다.


서울 도심에선 드물게 겨울 철새의 서식처 역할을 하는 중랑천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취재해 보니 최근 수년 사이 이 하천을 찾은 철새의 수가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의 논문, 10여년치의 환경부 조류센서스, 시민과학 형태의 시민모니터링 조사 내용 등이 모두 같은 현상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서울시가 친수공간 조성과 생태회복을 빙자한 하천정비사업을 지나치게 많이 벌였기 때문이었다. 철새보호구역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내걸어놓은 서울시가 이곳에서 벌여온 행태는 중장비를 동원해 하천 주변을 파헤치고, 더 이상 인공적일 수 없는 콘크리트 제방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인위적 공사 등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중랑천 내 조류 전반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의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이 지적한 내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중랑천 한 곳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서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라는 점이다. 역시 한강의 지천인 안양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됐고, 한강 하구에 가까운 경기 파주 공릉천에서는 환경 파괴에 가까운 인공 제방 축조 및 수로 조성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공릉천 사례가 더욱 참담한 것은 환경 훼손을 막는 데 있어 가장 책임이 큰 환경부가 이 공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벌여온 명분도, 실리도, 타당성도 없는 하천정비사업을 물려받은 한강유역환경청이 이를 바로잡지 않은 채 계속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들 하천은 사실 그동안 ‘생태 회복·친수문화공간 조성’을 빙자해 인공적 환경으로 바뀌고, 훼손되어온 강들이 겪어온 과거이자 현재 모습이다. 앞으로도 벌어질 우려가 높은 환경 훼손의 전형적 사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 지천의 본류이자 4대강사업으로 인해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던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과 한강 역시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낙동강 물로 농사를 지은 쌀에서 독성 남조류로 인한 유독 물질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4대강 사업 이후 여름마다 독성 남조류가 창궐하고, 겨울철에까지 녹조 현상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수질오염을 겪어온 낙동강에서 급기야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현상까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그만두겠다는, 즉 4대강을 계속해서 죽음의 강으로 방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철새들의 급감과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된 것은 어쩌면 4대강 사업으로, 그리고 불필요한 하천정비로 위기에 처한 한국의 강들이 마지막으로 보내온 경고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훼손과 파괴가 계속된다면 하천 생태계의 숱한 생명들은 물론 자라나는 어린이·청소년들도 지금과 같은 하천 환경조차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강을 보호하기는커녕 하천 환경을 훼손하고, 토목 세력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해 왔던 정부와 지자체가 미래세대들로부터 강을 빼앗는 죄를 이제는 그만두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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