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의 소통' 부족 아쉬운 문 대통령의 5년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일부다. 5년 전 봄, 문 대통령의 이 육성을 들으며 기자들의 마음은 뛰었다. 주요 사안을 대통령에게 직접 물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 본인의 말처럼, ‘소통하는 대통령’을 드디어 우리도 보게 되는구나, 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마지막까지도 특정 언론인과의 사전 녹화를 통한 인터뷰라는 방식에 주안점을 둔 소통 방식은 아쉬움만 남겼다.


취임사에 언급됐던 ‘대토론회’까지는 언감생심, 제대로 된 기자회견이라도 자주 열렸으면 좋았건만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결과는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은 25일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마지막 간담회를 열었는데, 문 대통령이 출입기자단과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이후 1년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미크론, 코로나 상황 때문에 더더욱 기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 또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재임 5년 동안 언론과의 소통 부족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한 말로 보인다.


기자들과 만남에서 이전과 다른 시도가 있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기자회견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에 가까운 기자회견을 지양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노력은 높이 산다. 이전까지 대통령 기자회견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해진 기자가 정해진 질문을 하고 거의 정해진 답변을 듣는 절차에 불과했다. 기자는 질문 아닌 낭독을, 대통령은 답변 아닌 연설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적어도 몇 번의 신년 기자회견에선 다양한 질문을 받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문 대통령이 해가 갈수록 불통에 기울어 간 심정도 백 번 양보해 짐작은 간다. 그의 기자회견 발언 중 일부는 논란을 불렀고, “진의가 전달되지 못했다”는 청와대 참모진의 변명으로 이어지곤 했다. 기자들에겐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답변이 있으니, 취임 초기의 기자회견에서 악플 관련 대책에 대해 문 대통령이 내놓은 말이었다.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댓글 공격을 하는 양상에 대한 질문이었다. 답변은 이랬다. “대한민국에서 아마 저보다 많은 악플, 문자를 통한 비난 등을 많이 당한 정치인이 없을 것이다. (중략) 저는 기자님들께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담담하게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예민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말한 뒤 악플은 더 심해졌고 기자들의 트라우마는 “담담하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린다. 그의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으나, 장르는 드라마부터 코미디를 오갔다. 기자들은 “지지율이 엄청 떨어지는데 왜 그런 거냐”고 다짜고짜 물었고 대통령은 “착한 기자들 이름을 대변인이 써줬었는데 어디 있더라”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진중한 답변을 잊지 않았다. 대한민국도 이런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됐다.


물론 기자들도 자중해야 한다. 기자는 질문으로 평가 받는다. 질문의 수준을 갈고 닦고, 권력과 악플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담대함이 병행돼야 한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권력 눈치보기가 아닌 진짜 기자들과 진검 승부를 벌이는 20대 대통령을 볼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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