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MBC충북 시청자위원회 공모에 지원했다. 민언련에서 일하면서도 언론사 시청자위원회에는 속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언론에 직접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기대했다. 발표 결과를 전달받았는데, 결과는 탈락이었다.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위원회 정원이 10명에 달했고, 선발 과정도 노·사 동수의 합의로 구성하는 방식이었다.
결정적으로 공모요강과 운영규정에 쓰인 시청자위원의 자격이나 책무 등 모든 것이 내가 업으로 삼아 늘 하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전국민언련네트워크의 여러 활동가들이 다양한 언론사에 시청자위원으로 들어가 운영과 편성, 기사·프로그램 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민언련 활동가를 응당 시청자위원으로 앉혀야 한다는 법은 없다. 선발된 위원들이 위원회 운영 취지와 조건에 걸맞은 인물들이라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위원회 최종 명단을 보고는 지원서를 작성해 보낸 시간이 몹시 아까워졌다. 애초부터 내 자리가 없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청자위원회는 여러 전문성과 시각의 안배를 위해 여성단체, 노동단체, 언론 관련 시민·학술단체 등 14개 분야의 단체에서 적임자를 추천케 한다. 해당 방송사업자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는 제외하고, 연령·성별 및 추천의 적절성을 언론사가 고루 따져 선발한다.
MBC충북의 시청자 대다수는 남성 기업인 아니면 교수인 걸까. 구성된 시청자위원 10명 중 기업 임원만 4명, 대학교수는 3명이다. 언론관련 시민·학술 단체 추천으로 MBC 출신 대학교수가, 인권단체 추천으로 지자체 위탁 기관 센터장이, 여성단체 추천으로 중년 남성 경제인이 선발됐다. 10명 중 여성은 단 2명, 모두 40대였다. 이렇게 편향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언론의 운영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가 나올 리 만무하다. 시청자의 권익이 침해받을 때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나아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불만도 개진할 수 있는 소중한 제도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지역언론의 현실이다.
MBC충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역언론은 시청자·독자위원회를 자사 인맥관리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위원들은 기사나 프로그램 관련 내용에만 가볍게 의견을 제기하고, 심할 땐 자신이 속한 업계를 대변하라는 요구도 한다. 각 위원회 구성을 보면 해당 언론사가 어떤 업계, 계층과 관계 맺기를 선택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지역언론에서 약하고 평범한 이들의 목소리를 찾기 힘든 현실은 시청자위원회 구성과 맥을 같이 한다.
지역 일간지에서 공들여 취재한 기사를 만난 게 언제였던가. 몇 꼭지 되지도 않는 지상파 방송 뉴스는 정치인들이 다 차지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의 자기자랑 시간으로 흘러간다. 도청 앞에서 억울하다고, 아프다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뉴스꼭지 사이를 겨우 비집고 한두 줄 들어가면 다행인 나날들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언론이 배제하는 시청자, 독자의 이야기를 우리 손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충북 지방선거 특별페이지 ‘다른 시선’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활동가, 전문가, 시민들이 직접 취재하고 글을 쓰며, 우리에게 어떤 언론이 필요한지 상상해보고 있다. 기자협회보의 귀중한 지면을 빌려 이렇게 홍보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