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구독자 상위 10위' 연 수입 256억…서브스택의 뉴스레터 혁신

[해외 미디어 돋보기] (5) 미국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

미국에서 유료 뉴스레터가 새로운 대안 미디어로 떠올랐고, 그 선두 주자가 서브스택(Substack)이다. 서브스택은 2017년에 출범해 4년만인 지난해 11월15일에 유료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 12월 당시의 25만명에 비해 300%가 증가한 것이다. 서브스택은 이메일과 앱, 웹사이트,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기사와 콘텐츠를 전달한다. 크리스 베스트(Chris Best) 서브스택 최고경영자(CEO)는 “서브스택은 필자가 자신만의 미디어 왕국을 운영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서브스택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기자, 작가, 만화가, 예술가 등이 누구의 간섭이나 게이트키핑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구독자와 교류한다.

아라카르트 저널리즘 뿌리내리나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브스택을 ‘아라카르트 저널리즘’(a la carte journalism)이라고 불렀다. 아라카르트는 음식점에서 메뉴판에 있는 것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서 선택해 주문하는 일품요리를 뜻한다. 서브스택은 아라카르트처럼 독자가 자신이 원하는 필자들을 선택하고,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뉴스 비즈니스 모델이다.

서브스택은 필자가 자신만의 프리랜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종이신문의 광고 시장이 무너졌다. 신문사는 이제 광고보다 구독료에 의존하게 됐다. 서브스택은 기사 또는 콘텐츠를 중개상 없이 구독자에게 직접 파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광고는 일절 없다.


서브스택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언론 자유와 금전적 보상을 내세워 유명 저널리스트와 작가들을 끌어들였다. 뉴욕타임스의 케이시 뉴턴(Casey Newton), 마크 스타인(Marc Stein)을 비롯한 스타 기자들이 서브스택으로 옮겨갔다.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롤링 스톤(Rolling Stone)에서 일했던 매트 타이비(Matt Taibbi), 인터셉트(Intercept)를 창간했던 글렌 그린월드(Glen Greenwald)도 서브스택에 합류해 ‘100만달러(약 12억8400만원) 클럽’에 합류했다.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권위 있는 언론인으로 복스(Vox)에서 일했던 매트 이글레시아스(Matt Yglesias), 뉴욕(New York) 매거진의 저명 칼럼니스트 앤드루 설리번(Andrew Sullivan)도 서브스택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기존 매체에 종사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서브스택에서 유료 구독자 기준 상위 10위가 버는 연간 수입 합계가 2000만달러(약 256억8000만원)에 달했다고 FT가 보도했다.


서브스택에서 유료 구독자가 가장 많은 사람은 역사학자인 헤더 콕스 리처드슨(Heather Cox Richardson)이다. 그의 유료 구독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또한 소설가 샐먼 루시디(Salman Rushdie), 시인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만화가 제임스 티니온 4세(James Tynion IV) 등이 구독자 수 기준으로 최상위 그룹에 들어 있다.


서브스택 웹사이트는 안내문에서 “만약 당신이 1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이 구독자들이 연간 100달러(약 12만8400원)의 구독료를 낸다면 당신은 연간 100만달러(약 12억8400만원)를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브스택은 일단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료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제한적이고, 대체로 월 5달러 또는 연간 50달러의 구독료를 내면 서브스택 소속 특정 필자의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다.


서브스택은 필자에게 유료 구독료의 10%를 떼고 나머지를 다 준다. 서브스택은 또 이 매체를 통해 제공된 기사가 명예훼손 등의 소송에 휘말리면 ‘서브스택 디펜더’라는 이름의 법률 서비스를 필자에게 제공한다.


서브스택은 기본적으로 이메일로 제공되는 뉴스레터이지만, 기자와 작가는 자신들만의 구독자에게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기사와 칼럼, 팟캐스트, 동영상, 음성 서비스 등을 구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서브스택은 앱을 통해 팟캐스트도 할 수 있다. 기자나 작가가 글이 아니라 목소리로 구독자에게 기사, 논평,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서브스택은 뉴욕타임스를 위협하나

서브스택의 급성장에 뉴욕타임스(NYT)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뉴욕타임스에서 명성을 얻은 스타 기자들이 서브스택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브스택이 선보인 새로운 대안 미디어가 뉴욕타임스와 같은 기존 매체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NYT에서 오피니언 페이지를 담당하던 배리 와이스(Bary Weiss)기자는 2020년 여름에 NYT에 사표를 내고 서브스택으로 갔다. 와이스 기자는 사직서에서 “NYT가 수용하는 견해의 스펙트럼은 미국 사회 전체의 스펙트럼을 더는 대변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서브스택은 NYT에서는 도저히 게재될 수 없는 도발적인 기사와 칼럼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있다고 와이스 기자가 설명했다. 와이스 기자는 현재 서브스택에서 연간 80만달러(약 10억2700만원)를 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서브스택 소속의 기자와 작가 중에 일정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일부 유명 기자와 작가들이 다른 경쟁업체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NYT는 서브스택이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서브스택은 2019년 중반에 유료 구독자가 불과 5만명 정도에 그쳤으나 지난해 말에 100만명을 돌파했고, 꾸준히 구독자가 증가하고 있다. 서브스택이 82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현재 기업 가치가 6억5000만달러(약 8346억원)에 이른다고 NYT가 전했다.


NYT는 서브스택이 이제 도약을 하려면 뉴스레터 전달에 그치지 않고, 멀티미디어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브스택은 실제로 앱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멀티미디어로 변신하고 있다.

주목 경제의 해독제인가, 음모론자의 도피처인가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는 세인의 주목을 받는 것이 경제적 성패의 주요 변수가 되는 경제를 말한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로 인해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가 열렸고, 기존 언론사와 기자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목을 끌기 위한 기사를 앞다퉈 내보내는 무한 경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자 출신으로 서브스택 공동 창업자인 하미시 매켄지(Harmish MaKenzie)는 NYT에 “서브스택은 주목 경제의 해독제”라며 “우리의 필자들은 적들의 얼굴에 토마토를 던지지 않고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서브스택은 필자들에게 무한한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이들이 어떤 내용의 글을 쓰든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 이코노믹 워싱턴특파원


그렇지만, 비판론자들은 서브스택의 ‘불간섭주의’로 인해 이곳이 음모론, 혐오론,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서 쫓겨난 음모론자들이 서브스택에서 자리를 잡아 수백만 달러를 벌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디지털혐오대응센터(The 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에 따르면 서브스택이 성전환자 혐오 내용을 구독자에게 그대로 내보내 25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W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을 주도한 5명의 지도자가 서브스택을 통해 지난해 250만달러를 벌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온라인 괴롭히기, 가짜 뉴스, 음모론 등 유해 콘텐츠를 통제하고 있으나 서브스택이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WP가 지적했다.


그렇지만 서브스택의 급성장에 자극을 받은 NYT, WP 등 기존 매체도 독자들에게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 거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구독 전용 뉴스레터 플랫폼 ‘블리틴’(Bulletin)을 론칭했고, ‘아웃라이어’(Outliers) 등으로 유명한 맬컴 글레드웰(Malcolm Gladwell) 등을 끌어들였다. 트위터도 지난해 초 뉴스레터 스타트업 ‘레뷔’(Revue)를 인수했다. 서브스택을 벤치마킹한 ‘고스트’(Ghost) 등 유사 매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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