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자연농업으로 키우는 닭 농장을 찾았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햇살 좋은 마당으로 산책 나왔습니다. 사육되는 닭이 맨발로 땅을 밟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걷고, 헤집고, 비비고, 모래를 끼얹어 목욕하고 아주 신이 났습니다.
그들도 위계질서란 게 있었습니다. 기운 센 수탉이 목청 높여 암탉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짝짓기로 힘자랑도 하지만 행여 하늘에서 노리는 매에 당할까봐 두리번두리번 보초도 서 줍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 계사로 들어갈 땐 끝까지 남아서 낙오자도 잘 챙깁니다.
빼곡히 15만 마리까지도 키울 수 있다는 이 농장에서 키우는 닭은 겨우 2000여 마리. 0.075㎡, A4용지(0.6㎡)의 1.2배 정도 공간에서 날개도 못 펴고, 평생 땅도 못 밟는 케이지 사육장, ‘아파트’ 친구들 비하면 참 행복한 닭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닭 농장 가운데 이렇게 땅을 밟고 본능을 해소하며 사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겨우 5%에 불과합니다.
마당에 뛰놀며 자라게 했더니 건강한 계란을 선물했습니다. 달걀 껍데기에 찍힌 숫자와 알파벳 맨 마지막에 표시되는 사육환경 숫자 1번. 방사로 키운 닭만이 주는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