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용지 갈등, 해법이 필요하다

[언론 다시보기]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오래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2010년 <신문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구체적 실천 방안의 하나로 ‘효율적인 신문고지 관리’와 ‘가격안정화’를 제안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법은 찾지 못했다. 2021년도에 신문기업에서 사용한 신문용지는 총 41만8000톤이다. 신문용지는 품질과 구매량, 결제방식에 따라서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톤(롤)당 평균 75만원이었다. 어림잡아도 작년 1년간 신문업계가 지출한 비용은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신문용지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신문제작경비의 3분의 1이 신문용지와 인쇄잉크 비용 구매비임을 고려하면, 신문사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원인은 다양하다. 가깝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국제원자재가 상승이다. 2020년 5월 톤당 646달러하던 원목 펄프 가격이 2022년 4월에는 톤당 840달러까지 치솟았다. 신문용지는 30% 정도의 원목 펄프와 70% 정도의 신문고지를 재활용하여 생산한다. 원목 펄프 비율이 높은 고급포장지나 업무용 인쇄용지와 달리 신문용지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지만, 원목 펄프는 필수 원자재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신문용지 과잉공급과 과당 경쟁의 후유증, 수출 감소로 인한 시설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내제지업체를 인수한 재무적투자자들은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과잉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2004년 국내제지업체가 생산한 신문용지는 167만톤에 달했고, 이 가운데 3분의 1이 해외로 수출되었다. 신문용지의 국내수요는 2009년 100만톤에서 2014년도에는 50만톤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제지업계의 신문용지 생산량은 연간 150만톤을 유지했다. 제지업계는 한때 양질의 신문용지를 선호하던 중국과 인도, 동남아에 수출량을 늘리면서 호황을 누렸다. 수출물량은 2016년에 연간 79만톤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뉴스디지털화로 신문용지 수요가 줄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제지업계가 미디어 환경변화와 국제시장에서의 수요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해외로 빠져나간 신문고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자원유출로 신문고지 재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 말 우리나라 3대 제지업체 신문용지 총 생산량은 47만3804톤으로 국내소비가 41만8251톤, 수출이 5만5674톤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생산량은 약 70%p, 국내소비량은 51%p, 수출은 92%p 줄어들었다. 국내 제지업계의 연간 제지생산량은 1160만톤으로 신문용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지생산량에서 신문용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돌았다. 제지업계 입장에서 이제 신문용지 생산은 계륵인 셈이다.

신문은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재이다. 가치재는 시장에서 공급하기에는 비효율적이더라도 공공재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신문용지에 대한 권장가격을 정하고, 관리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제지업체는 신문용지 생산량을 줄이면서, 톤당 가격은 인상하고 있다. 신문업계가 신문용지 증산을 유도하려면 신문용지 톤당 가격을 올려주어야 하고, 그러려면 신문구독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중소신문은 사실상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해야 할 처지이다. 정부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갈등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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