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플라스틱의 나라, 고장난 EPR

[제381회 이달의 기자상] 신혜정 한국일보 어젠다기획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신혜정 한국일보 기자

지난해 플라스틱 폐기물과 재활용 문제를 파헤치는 기획을 연재했다. 매 회 다른 종류의 포장 쓰레기를 다뤘지만, 해법은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대체 EPR제도가 얼마나 망가졌길래 재활용시장 참여자 모두가 불만인 것일까. 기획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EPR제도가 생산자에게 지우는 책임, 즉 분담금이 매우 적다는 것에서부터 취재를 해나갔다.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기업의 분담금은 포장폐기물 1kg당 평균 약 152원에 불과했고, 기업 매출의 0.1%도 되지 않았다. 이는 재활용의 각 단계에 필요한 기초 인건비를 채우기에도 태부족이다. 그나마 이 부족한 돈도 유관단체 내 환경부 낙하산의 성과급으로 돌아갔다. 반면 재활용 처리의 최전선에 있는 공공자원순환센터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정책의 맹점을 파헤치는 기사는 꼭 필요하지만 지루하기 쉽다.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사진에 공을 들였다. 투명페트병 26개와 150원, 즉 1kg의 플라스틱에 비해 한없이 적은 분담금을 비교한 사진은 이렇게 나왔다.


이번 기획은 EPR제도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화두를 던진 첫 시도다. 십수년 묵은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국 환경부의 손에 달려있다. 아무도 취재하지 않은 복잡한 구조를 더듬어가면서 길을 잃고 헤맨 적이 많다. 그 때마다 팀원들을 잡아주신 어젠다기획부 이진희 부장께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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